東西古今

인간은 약하고 외로운 존재다

뚜르(Tours) 2012. 5. 15. 22:11

#  조선시대 최고의 명필인 추사 김정희 선생은 만년에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였습니다.
귀양살이 초기에는 왕래하는 친구가 있더니만, 세월이 가도 추사에게 복권·복직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왕래하던 친구들의 발길이 다 끊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상적李相迪이라는 사람만은 끝까지 추사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 추사를 찾아뵈었고 그 때마다 추사에게 필요한 자료를 가져다 드렸습니다.
추사는 그러한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소나무와 잣나무가 있는 문인 산수화 한 폭을 그려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입니다.


 

#  백아伯牙는 거문고 연주의 명인名人이었습니다.
어느 날 백아가 강가의 갈대밭에 나가 연주를 하고 있는데 어디서 낮은 탄식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니 탄식을 하는 사람은 종자기鍾子期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꾼이었습니다.
백아가 까닭을 묻자 종자기가 말하였습니다.
"절묘한 거문고 소리가 들려오기에 감탄하여 한숨을 쉬었소이다."
백아는 뛸듯이 기뻐하며 그를 위해 여러 곡을 연주하였는데
그때마다 종자기는 백아가 탄주하는 곡의 깊은 의취意趣를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백아가 산을 생각하며 탄주하면 종자기는
"아아, 아아峨峨하기 태산泰山과 같구나!"
하였고, 물을 생각하며 탄주하면 종자기는
"아아,양양洋洋하기 대해大海와 같구나!"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벗이 되었습니다.
두 벗은 내년에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이듬해 백아가 그곳에 가니 종자기 대신 다른 사람이 와서 말하였습니다.
"그분은 지난 겨울에 돌아가셨습니다."
백아로서는 세상 모든 것을 잃은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는 거문고의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백아처럼 어느 분야에서 천하 제일의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결국 인간은 약하고 외롭습니다.
능력면에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내 능력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인간은 약하고 외로운 존재입니다.
이런 경우, 더 귀한 사람은 백아가 아니라 종자기입니다.


 

#  옛날 중국에서는 세 가지의 기氣를 붙잡는 자가 제왕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는 천기天氣로서, 하늘의 기.
두 번째는 지기地氣로서, 땅의 기.
세 번째는 인기人氣로서, 사람의 기를 말합니다.
삼국지를 보면 사람을 죽이고 죽는 전쟁 이야기 속에서
사람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사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황족이었지만 시골에서 돗자리를 짜던 유비가 장비와 관우와 도원결의를 하고,
삼고초려를 통해 제갈공명을 군사로 모시게 되고, 조자룡과 황충, 마초등 그 시대의 최고 장수들을 얻어
조조의 위나라, 손권의 오나라와 겨루는 촉나라를 세웁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느리고 판단이 어리숙한 것 처럼 보였으나, 유비는 큰 꿈이 있었고 사람을 얻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삼각형에서 두 변 길이의 합은 빗변의 길이 보다 깁니다.
즉, ’빗변이 아무리 길어도 남은 두 변의 길이를 합친 것 보다는 짧다’ 는 것입니다.
빗변이 자기가 길다고 아무리 뽐내보아도 단지 세 변가운데 다른 두 변보다 조금 길 뿐입니다.
남은 두 변을 빼놓고 빗변만 있어서는 삼각형을 절대 완성할 수 없습니다.
내 지혜에 조직 내 다른 사람의 지혜를 합치면 훨씬 더 큰 성과를 끌어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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