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장자의 우화에 나오는 이 사자성어는 우리 인간의 편견과 어리석음을 비웃고
진정한 진리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글귀입니다.
우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하루는 원숭이를 기르는 사육사가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면서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의 밤톨을 먹이로 준다고 하니까 원숭이들은 분노합니다.
그때 사육사는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준다고 설득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환호하며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든 조사모삼(朝四暮三)이든 하루에 모두 7개의 먹이를 준다는 본질은 달라진 것은 없지만
원숭이들은 그 말에 따라 기쁨과 분노를 표현하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삼모사(朝三暮四)는 부정적인 뜻으로 자주 사용되곤 합니다.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말이나 논리로 속인다는 뜻으로 잘못 사용되는 이 고사가
원래는 장자 철학을 잘 나타내는 중요한 논리입니다.
‘세상의 모든 합은 같다’는 것이 장자의 양행(兩行)철학 핵심 논리입니다.
그 논리 전개는 이렇습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나 조사모삼(朝四暮三)이나 결국 그 합은 7개로 같다.
장자는 이것을 대동(大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조삼(朝三)이냐 조사(朝四)냐를 따지며 기쁨과 분노를 교차하고 있을 뿐이다.
장자는 이 고사 뒤에 이렇게 말합니다.
‘조삼(朝三)이든 조사(朝四)든 명실이 바뀐 것은 없다.(名實未虧)
다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정의 차이 즉 희노(喜怒)만 달리 사용할 뿐이다.(以喜怒爲用)
이것은 또한 인간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옳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亦因是也)’
정말 명쾌한 논리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에 의해 그 좋고 싫음이 결정되는 것이지
본질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 구절에서 장자의 세속적 시비(是非)와 선악(善惡)을 넘어서는 화합의 철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합은 같다!’
이것이 장자가 말하는 하늘 천(天)자에 고를 균(均)자, 천균(天均) 즉 하늘의 밸런스입니다.
저는 이 고사를 생각하면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어떤 인생이라도 그 인생의 합은 같을 수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부귀와 성공을 추구하든, 건강과 가족을 추구하든 어떤 것이 좋고 나쁜 인생이 아니라
결국 그 합은 같으며, 단지 편견에 의해 받아들이는 감정의 차이점만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장자는 이것을 양행(兩行)의 도라고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한가지의 가치로 기준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는데 그 합은 언제나 같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정말 많은 가치와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장자의 양행 철학에 의하면 한쪽을 기준으로 보려고 하지 마십시오.
주변 사람의 입장에서, 배우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각도로 문제를 바라보고 이해한다면
이미 양행(兩行)의 도(道)를 깨우치고 천균(天均)의 질서를 체득한 분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일명 장자가 꿈꾸는 진인(眞人)의 경지에 오른 것이지요.
세상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습니다.
일찍 성공하신 분이 있으면 늦게 성공하신 분도 있습니다.
결국 합은 똑같은데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부러워합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든 조사모삼(朝四暮三), 그 합이 결국 같다.'
세상을 편안하게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박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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