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내 인생 배낭 다시 꾸리자

뚜르(Tours) 2012. 5. 17. 01:04

# 『너의 가방을 다시 꾸려라(Repacking your bags)』.
꼭 10년 전에 읽었던 책이다.
다시 읽으려고 찾았는데 아무리 서가 곳곳을 눈 뒤집고 찾아봐도 없었다.
아마도 지난번 책 정리를 할 때 십 년 전 읽은 것이니 다시 볼 일 없을 것이라 생각해 버릴 요량으로 창고에 밀어 넣은 듯싶다.
그렇게 이미 내 손을 떠난 그 책을 애써 다시 찾았던 까닭이 있다.
멀리 길 떠날 준비를 하며 배낭을 꾸리다 보니 10년 전엔 머리로 읽었던 그 책이 새삼 가슴으로 다가오고 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크건 작건 깨달음은 항상 뒤늦게 오기 마련인가 보다.

 # 누구나 예외 없이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인생배낭을 다시 싸고 꾸려야 할 때가 있다.
자의냐 타의냐를 따질 필요도 없다.
상황이 불가피하니 안 하니 하며 이런저런 구구한 얘기를 덧붙일 이유도 없다.
그냥 그것이 인생이다.
털어야 할 대목에서 털지 못하면 우리네 인생배낭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 버린다.
우리 몸 안에 쌓인 비계덩어리보다 우리 인생배낭에 가득한 잡동사니들이 더 많이 더 힘겹게 우리 삶을 내리누른다.
인생배낭의 잡동사니들은 대개 미련이거나 회한이거나 쓸데없는 미움과 증오이거나 정말 쓰잘데없는 시기이거나 후회다.
우리 인생길이 힘겨운 진짜 이유는 그 잡동사니를 버리지 않고 인생배낭에 꾸역꾸역 꾸겨 넣은 채 가기 때문이다.


 #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한 말이 있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고.
그런데 너나 할 것 없이 먼 길 떠나기 위해 처음 짐을 꾸릴 때는 이것저것 챙기며 가져갈 것에 대한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이건 이래서 필요하고 저건 저래서 필요하다.
그래서 배낭 크기를 키워서라도 더 많은 것을 담아 가려 한다.
하지만 정작 그 짐을 누가 대신 날라주거나 져주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누구나 예외 없이 짐을 줄이려고 애쓰게 된다.
실제로 10㎏이 훌쩍 넘는 배낭을 메고 멀리 걸어 보라.
휘청거린다.
한마디로 짐이 원수가 된다.
옛말에 “먼 길 갈 때는 눈썹도 떼어놓고 간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결코 괜한 얘기가 아닌 것이다.
덜어내야 한다.
비워내야 한다.
잡동사니 가득한 인생배낭을 털고 다시 싸야 한다.


 # 일단 짐을 덜어내기로 마음을 고쳐 먹으면, 정말 필요한 게 뭔가를 치열하리만큼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덜어내고 또 덜어낸다.
정말이지 신기하리만큼 덜어내게 된다.
하지만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
진짜 꼭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거 없으면 죽을 것만 같던 것도 정작 덜어내고 나면 그저 한갓 장식 내지 기호품에 지나지 않았던 것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런 것을 덜어내고 털어내고 비워낸다 해서
사람이 가져야 할 멋을 잃게 되거나 삶의 맛이 없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의 멋, 삶의 맛은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되레 비움에서 오기 때문이다.

 

 # 물론, 아무리 짐을 줄이고 버리고 비우며 털어낸다 해도 꼭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 있듯이,
자기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인생의 배낭에도 운명 같은 짐,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인생의 십자가 같은 것이 저마다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
자기 인생의 배낭을 누가 대신 짊어지고 갈 수 없듯이
자기가 짊어지고 가야 할 자기만의 십자가가 누구에게나 있음도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그것을 한탄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되레 기꺼이 받아들여 즐겨라.
애써 외면하지 말고 한껏 끌어안아 가슴 깊게 포옹하라.
거기서 진짜 자기 인생이 꽃피리라.
자, 이제 저마다 먼 길 떠나는 배낭을 다시 꾸리자.
미련·후회·회한·미움·증오·시기 등의 찌꺼기 같은 잡동사니를 버리고
소망·꿈·도전·화해·사랑·모험을 담아 자기의 인생배낭을 다시 꾸리자.


                        정진홍의 <소프트파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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