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어느 가난한 부부의 외식

뚜르(Tours) 2012. 5. 25. 23:25
어느 가난한 부부의 외식





가난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남편의 실직, 빈 쌀독...




설상가상 아이가 생겨 배는 만삭으로 불러왔습니다.



당장 저녁끼니도 문제였지만 새벽마다 인력시장으로 나가는

남편에게 차려줄 아침거리조차 없는게 서러워 아내는 그만

부엌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버렸습니다.



"흑흑 훌쩍.."









"당신 갈비 먹고 싶다고 했지? 우리 외식하러 갈까?"
외식할 돈이 있을리 없었지만 아내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남편의 밝은 목소리가 좋아서 그냥 피식 웃고 따라 나섰습니다.





남편이 갈비를 먹자며 아내를 데려간 곳은 백화점 식품매장이었습니다.



식품매장 시식코너에서 인심 후하기로 소문난 아주머니가
부부를 발견했습니다.



빈 카트, 만삭의 배...파리한 입술 아주머니는 한 눈에 부부의
처지를 눈치챘습니다.



"새댁 이리와서 이것 좀 먹어봐요.
임신하면 입맛이 까다로워 진다니까..."









찾으로 나온 부부처럼 보였던지 자꾸만 맛볼 것을 권했습니다.



부부는 이렇게 넓은 매장을 돌며 이것저것 시식용 음식들을 맛봤습니다.



"오늘 외식 어땠어?" "좋았어."
그리고 돌아가는 부부의 장바구니엔 달랑 다섯 개들이 라면
묶음이 들어 있었습니다.

가진 것으로 잣대를 재는 것이 아닌 진실한 사랑이 넘치는 공간이 있습니다

"여보 먹어봐."



"어때?" 음... 잘 모르겠어.



다른 시식코너의 직원들도 임신한 아내의 입맛을 돋궈줄 뭔가를
아내가 우는 이유를 모를리 없는 남편은 아내에게 다가가 그 서러운
어깨를 감싸안았습니다.



"울지마..."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엄마는....  (0) 2012.05.29
뒷 담화하지 마세요  (0) 2012.05.29
 말이 적은 사람에게 정이 간다 ... / 법정스님   (0) 2012.05.25
고해성사  (0) 2012.05.18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0) 2012.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