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어부사漁父辭

뚜르(Tours) 2012. 8. 5. 14:25

사는 것이 녹녹치 않습니다.
나는 바르게 살려고 하는데 이 세상이 나를 받아주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정직하고 착실하게 살아보았자 남는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남을 속이고 잇속을 찾아 사는 간신배들이 더욱 출세하는 것을 보면 울화가 치밀 때가 많습니다.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주변의 참소와 질투로 인생의 고배를 마신 적도 있습니다.
한 세상 살다 보면 무슨 일이 없겠습니까?
잘 나가던 인생, 하루 아침에 곤두박질 쳐 버리고,
도대체 알 수 없는 이유로 뒤죽박죽되어 있는 경우가 어디 한 두 사람만의 일이겠습니까?
초나라 대부 굴원도 그런 상황을 겪었습니다.
삼려대부라는 초나라 고위 공직에 있었던 굴원은, 그를 질투하는 사람들의 모함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조국을 떠나 방랑하는 신세가 되었죠.
굴원은 간신들의 모함으로 조국을 등지고 떠도는 자신의 신세를 돌아보며
그 유명한 어부의 노래, 어부사漁父辭를 지었습니다.
굴원은 어부사에서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온 세상 사람들은 모두 취하였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구나!’


그 말을 들은 저 강호의 어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어부의 말 속에서 세속의 변화를 달관한 사람의 철학이 느껴집니다.

’세상이여, 내게 다가오라!
깨끗한 세상에서는 내 맑은 영혼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고,
혼탁한 세상에서는 그저 내 발 한 번 씻고 떠나리라!
세상이 혼탁하든 깨끗하든 그것이 내 인생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
그저 묵묵히 세상에 맞춰 살다가면 될 뿐이다.’


하루하루 정말 정신 없이 사는 것이 우리의 일상입니다.
혹시라도 세상 살다 험한 일 당하시거든 이 어부사를 한 번 읽어 보십시오!
막혔던 심사가 훤하게 뚫림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박재희 지음 <3분 古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