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2012년 9월 6일) 난생 처음으로 북녁땅을 밟았습니다.
개성공단에 공장을 갖고 있는 대원제씨콤그룹 이재철회장의 초청과 안내를 받아 다녀왔습니다.
몇년전부터 ’가자’ ’한 번 가보자’는 이야기가 오갔는데 예기치 못한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이 터지는 바람에 (겁도 나고 해서) 차일피일 늦춰지다가 그저께야 다녀왔습니다.
개성은 918년에 왕건이 고려 왕조를 건립한 때로부터 500년간 고려의 도읍지로 옛 이름은 송악이었습니다.
경주나 서울 못지않게 수많은 전설과 유물, 유적들이 남아 있는 도시입니다.
인구는 약 38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개성시내 인구는 약 10만명)
금강산의 구룡폭포, 설악산 대승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폭名瀑으로 불리우는 박연폭포가 개성에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 이전에는 개성 시내 관광이 허용되었으나 그 이후로는 공단 이외의 지역으로는 벗어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종합지원센터> 빌딩(지상 15층) 옥상에 올라,
개성 시내와 송악산을 바라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때마침 날씨가 좋아 다행이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맑게 갠 쾌청한 날씨여서 개성 시가지의 높은 아파트들과 송악산을 마음껏 볼 수 있었습니다.
개성은 평양, 남포에 이은 북한 제3의 도시로서 남한과 가장 가까운 북한의 대도시입니다.
판문점에서 개성까지의 거리는 8㎞에 불과합니다.
개성공단은 개성직할시 일대 2천만평에 800만평 규모의 공단과 1200만평의 배후단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금년이 개성공단이 설립된 지 9년째가 되는 해로서,
공단 입주기업은 모두 123개이며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북측 근로자는 5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먼저 이재철회장의 공장을 둘러봤습니다.
이회장의 공장에서는 광전자부품光電子部品, 치과재료齒科材料, 자동차Harness 등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이회장은 한국과 중국 등지에 공장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 개성공장을 가보니 설비나 인력면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력이 1000명을 넘는다고 했습니다.
공장을 돌아보면서 공장안이 약간 어둡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밀전자부품을 깎고 조립하고 검사를 하는 라인의 조명이 이렇게 어두워서야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력 부족이거나 아낀다고 그러나 하면서도, 뭔가 ’이상타~’싶어 이재철회장에게 물어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북쪽 작업자들이 평소 어두운 것에 익숙하다 보니 밝고 환한 것을 불편해 한다고 하였습니다.
지금의 밝기가 그들에게는 편안하고 익숙한 밝기라고 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공장 조립이나 검사 라인에 아가씨들이 많이 앉아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 아니, 아니’였습니다.
나이 든 아줌마들이 대부분이었고 더러는 아저씨들도 있었습니다.
’왜 그런가’라고 물었더니 ’인력 부족’이라고 했습니다.
개성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인력까지 총동원을 하는데도 부족해서, 충원을 할려면 신청을 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줌마와 아저씨들은 한결같이 얼굴은 까?고 덩치는 작아,
한 눈에 북쪽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게 생겼습디다.
그러면서 10살 정도는 남쪽 사람보다 더 늙어 보였습니다.
점심 때 우리가 식사를 한 <봉동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봉동관은 공단밖에 있는 북쪽에서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공단바깥지역은 나갈 수가 없는데도 <봉동관>만은 예외였습니다.
외화벌이 때문이겠지요.(외화인 달러로 받고)
밥값이 서울과 비슷하니까요.(거기가 북한땅인데도.....)
음식은 맛도 있고 좋았습니다.(냉면은 맛이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재료를 평양에서 가지고 온다고 하였습니다.
종업원들도 평양에서 내려 오며 모두가 신원이 확실한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식사 중에 여흥이 곁들여졌는데 노래와 가야금 산조가 있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여자는 대학교 성악과 출신이라고 했습니다.
어찌나 노래를 잘 부르든지 내가 그만 반해버렸습니다.
음식 서빙도 하였는데 어찌나 이쁘든지요.
나는 그녀가 30대 중후반의 결혼한 여성이려니 했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20대 후반의 처녀라고 했습니다.
도저히 믿기질 않았습니다.
얼굴도 아름답고 몸매도 이쁘고 키도 훤출하고 노래도 잘 하던데.
’미스테리’입니다.
공장 작업라인에 앉아 있던 대부분의 여성들은 까무잡잡한 시골여인들 모습이었지만,
그 중에는 서울 아가씨 뺨치게 세련되고 예쁜 아가씨들도 있었습니다.
?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들은 이야깁니다만, 요즘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사치(?)를 즐긴다고 합니다.
옷사치를.
중국제라고.
간식으로 나오는 초코파이를 먹지않고 내다 팔고 월급을 받아 옷들을 사 입는다고 합니다.
출근할 때 옷 입은 것을 보면 남쪽과 별 차이가 없고 오히려 서울에서 온 남쪽 여성 입은 옷이 후줄구레하게 보일 정도라나요.
물론 이건 개성, 그것도 월급을 받고 사는 개성공단에 한하는 이야기겠지요.
공장에는 법인장法人長이라고 불리우는 남측 대표 말고 직장장職場長이라 불리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북측에서 지명하여 파견나온 사람입니다.
공장 시작할 때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어찌나 (공단내) 남측 기업들 사정에 밝은지
우리는 처음에는 그가 북측 인사인지를 몰랐습니다.
항상 웃음을 베시시 머금고 얼굴이 뺀질뺀질해서 북쪽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칠 못했습니다.
그는 개성 본토박이였는데 아버지가 옛날에(총각시절에) 서울에 취직을 하여 기차로 개성 - 서울을 출퇴근하였다고 했습니다.
북측 사람인 직장장에 비해 남측 사람인 법인장은 과묵하고 시커매서 오히려 북쪽 사람이라고 해도 곧이 곧대로 들을 정도 였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궁합이 맞다’고 해야겠지요.
법인장과 직장장, 아니 남측 사람과 북측 사람은 함께 식사나 술자리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날도 직장장은 점심자리에 함께 가지 않았습니다.
북측 작업자들은 물론 직장장은 공장구내식당에서 매일 식사를 하고
법인장과 남측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은 공장밖 외부식당에서 식사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개성으로 들어 갈 때도 느꼈고 돌아나오는 길에도 느낀 것이 있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북녘 산들에는 숲은 커녕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았고 민둥산만이 벌겋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군사분계선을 넘는데 남측 지역은 온통 숲으로 뒤덮여있었건만, 북측 땅에는 숲은 커녕 나무도 없었고 잡초 우거진 사이사이로 밭을 뛰져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위험천만)
남북이 통일 되면 DMZ가 자연자원의 보고가 될 것으로 우리는 기대를 하고 있건만 북축의 DMZ는 이렇게 황폐화 되고 있었습니다.
개성공단 방문을 마치고 휴전선을 넘어 내려오니 조금전의 북녘땅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사방에 보이는 것은 울창한 수목들과 빽빽히 들어선 아파트들 그리고 도로를 가득 메워 달리는 자동차들의 행열..........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잠시 다른 세상에 갔다 온 기분을 느꼈습니다.
낮에 봉동관에서 들은 노래 <반갑습네다>는 아련해지고
정수라가 부르는 <아! 대한민국>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가사가 이렇습니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우리의 마음속에 이상이 끝 없이 펼쳐지는 곳
도시엔 우뚝솟은 빌딩들 농촌엔 기름진 논과 밭
저마다 자유로움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곳
도시는 농촌으로 향하고 농촌은 도시로 이어져
우리의 모든 꿈은 끝없이 세계로 뻗어가는 곳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 건 될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아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하루빨리 남북한이 다 함께 잘 사는 그날이 오길 기원하면서 짧은 하루의 북한방문기를 끝맺습니다. /박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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