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혼 생각 한 번 안 해본 부부가 있을까.
결혼 후에도 연애 시절의 애틋한 감정을 유지하며 알콩달콩 사는 부부-과연 그런 부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금실이 좋아 보이는 부부도 한 번쯤은 이혼을 고민해 보지 않았을까.
나이가 들면서 평온과 안락에 익숙해지고, 자식들이 눈에 밟혀 체념하고 사는 것이 대부분의 부부일 것이다.
파경(破鏡)에 이르는 구체적 사연이야 부부마다 다르겠지만 대화 부족은 이혼하는 부부에게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대화가 부족하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는 원망을 낳는다.
원망이 쌓이면 미움이 되고, 미움의 끝은 이별이다.
그래서 현명한 부부는 사소한 오해라 할지라도 그것이 원망과 미움으로 발전하기 전에 대화를 통해 털어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가.
서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각자 자기 말만 앞세우는 꽉 막힌 대화를 반복하다 보면 대화 자체에 관심과 흥미를 잃기 쉽다.
전문가들은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화는 서로 눈을 맞추고, 상대의 감정을 살피는 데서 시작된다.
경청과 감정이입, 두 가지가 대화 기술의 요체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 토를 달거나 중간에서 끊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들어줄 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부부가 동시에 대화의 기술을 터득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어느 한쪽만이라도 먼저 대화 기술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화가 소중한 것은 부부만이 아니다.
가정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에서도 그렇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심리학 교수인 셰리 터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를 맞아 소통은 늘었지만 대화는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지적한다.
수시로 e-메일과 문자를 주고받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하지만 그것이 대화를 대신할 순 없다는 것이다.
컴퓨터나 태블릿PC,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소통은 뉘앙스와 표정, 말투의 강약과 완급이 큰 의미를 갖는 대면(對面) 대화의 기능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바일 기기의 스크린을 수시로 살피고 조작하면서 사람들은 남들과 함께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런다고 혼자라는 사실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독을 견디는 능력이 부족할수록 디지털 기기에 매달리기 쉽지만 그럴수록 더 고독해진다.
대화의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SNS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이중적 존재 양식을 터클 교수는 ‘혼자서 여럿이(Alone Together)’란 모순어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화가 부족하면 멀어지는 것은 부부만이 아니다.
가정에선 디지털 기기가 없는 ‘대화의 성역(聖域)’을 만들고, 직장에선 ‘캐주얼 금요일’처럼 ‘대화의 목요일’이라도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터클 교수의 제안이다.
배명복 /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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