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

뚜르(Tours) 2013. 1. 23. 07:42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득 찬다는 것은 융성함의 절정, 풍요함의 극치를 이르는 말이다.

물성즉쇠(物盛卽衰)라는 말이 있다.
무슨 사물이든 극히 융성하게 되면 반드시 쇠퇴하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가득 차면 넘친다고 하는 것이다.

물도 그릇에 가득 차면 넘친다.
불길도 활활 가득 타면 마침내 꺼진다.
뜨거웠던 사랑도 어느 새 식기 마련이고,
돈도 명예도 권력도 가득 차면 이윽고 기울어진다.
그래서 십 년 세도(勢道)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고 했다.

당(唐)나라 현종(玄宗)때 여옹(呂翁)이라는 도사가 한단의 한 여관에 머물고 있었다.
그때 노생(盧生)이라는 젊은이가 오더니 여옹에게 자기의 가난한 신세 타령을 한바탕 늘어놓았다.
그러다가 그는 졸음에 겨워 여옹의 베게를 베고 깜빡 잠이 들었다.
그 베게는 도자기로 만든 것이었는데 양쪽으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그런데 그가 잠든 사이에 신기하게도 그 구멍이 자꾸만 커졌다.
노생은 호기심이 가득해서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은 한마디로 별천지였다.
고래등같은 집이 있었는데 노생은 그 집에서 주인의 딸과 결혼하고 벼슬이 장관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물성즉쇠(物盛卽衰)라고 했던가,
그는 간신의 모함을 받아 지방으로 좌천되었다가 3년 후에 다시 불려 올라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재상에 올라 10년이 넘도록 천자를 보필하며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물성즉쇠의 섭리는 어김없이 찾아 왔다.
역적으로 몰려 죽게 된 것이다.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차라리 고향에서 농사나 짓고 있었더라면,
누더기 걸치고 한단의 길거리를 거닐 때가 좋았소. 하지만 이젠 다 틀렸소."
자신이 죽은 순간 깜짝 놀라 깨어 보니 꿈이었다.
여옹이 말했다.
"인생이란 본디 그런 것이라네."

지혜로운 옛 선인(先人)들은 명예나 지위가 극도로 귀하게 되는 것을 꺼려했다.
그럴수록 근신하고 겸손하려 애썼다.
겸손하게 되면 자연히 가득 차는 일이 없고 가득 차는 일이 없으면 자연히 넘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남을 높이거나 나를 낮출 수만 있다면 누구나 그럴 수가 있다.
그것이 겸손이다.

J. 바타가 말했다.
"김을 매어 잡초의 생명을 빼앗듯, 노여움은 사람의 힘을 소모시킬 뿐이다.
다만 상냥하고 어진 마음만이 커다란 보답을 받는다.
김을 매듯, 허영심도 사람을 파먹는다.
다만 겸손한 마음만이 커다란 보답을 받는다."

상냥 하라!
어진 마음으로 그대 자신의 피를 돌게 하라!
그 어진 마음의 피는 먼저 그대의 전신을 흐르고,
친구를 흐르고,
이웃을 흐르고,
마침내는 한 세상을 흐르게 할 수도 있다.

참으로 겸손은 모든 덕(德)의 근본임을 잊지 말라.

/박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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