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세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

뚜르(Tours) 2013. 1. 26. 09:24

 

해마다 새해가 되면 새해에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짐하곤 합니다.
인류 역사상 우리 삶에 지속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가져 온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무슨 소리야?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고 있는데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어?”라고 하신다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 것들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전기의 발명, 전화기,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 스마트 폰 등등이 있겠지요.
저는 가끔씩 “멀리가지 않고 15세기 조선시대 선조들이 오늘 갑자기 나타난다면 무엇을 보고 가장 놀라실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스마트폰을 보고 가장 신기해하며 놀랄 것 같습니다.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 것 중에서 제 나름대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 오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혀(舌, tongue)”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오늘은 탈무드에서 혀에 관한 이야기로 글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 이야기 하나 :

어느 장사꾼이 골목을 돌아다니며 외치고 있었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팝니다. 그것도 매우 싸게 팝니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골목을 메웠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랍비도 몇 사람 섞여 있었습니다.

“나에게 파시오. 나도 사겠소. 값은 후하게 주겠소.”하고 여기저기서 다투며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러자 장사꾼은 아래의 처방을 행복의 비결로 소개하였습니다.

“인생을 참되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자기 혀를 조심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 이야기 둘 :

어느 날 랍비는 제자들을 위해 잔치를 열기로 하였습니다.
평소 인색하기로 소문난 랍비가 잔치를 열겠다고 하자 제자들은 기대반 의심반으로 랍비 집을 찾아갔습니다.
잔치상에는 소와 양의 혀로 요리한 음식들을 준비했습니다.
한 쪽에는 부드러운 혀로 만든 요리를, 맞은 편에는 딱딱한 혀로 만든 요리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자들은 딱딱한 혀로 만든 요리에는 손도 대지 않고 부드러운 혀로 만든 요리만 골라 먹었습니다.
즐거운 잔치가 끝나고 랍비가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들도 항상 혀를 부드럽게 사용하도록 해라.
혀가 딱딱하게 굳은 사람은 남을 노하게 하거나 서로 간에 불화의 씨를 만들기 때문이지.”

 

 

저는 군사사를 전공하고 있는 역사가의 한 사람으로서 “인류 역사상 최대의 희생자를 낸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가장 파괴력이 강한 무기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화력이 강한 포나 원자폭탄이 아니라 ‘혀’라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상대국에 전쟁을 선포하기 전에 먼저 황제나 왕이 말로 명령하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문서화하여 선전포고하였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혀’가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력과 지속성이 강한 ‘무기’라는 사실을 2013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발견하였습니다. 이것은 제가 지금까지 발견한 어떤 것보다도 소중한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여러분도 공감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손을 드시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혀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편지 제목으로 정하였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A Gentle Power That Moves The World)”으로 말입니다.

 

 

2013년 한 해를 시작하면서 올 한 해는 어느 해보다 혀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고 한 해를 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일에 축하와 칭찬도 중요하지만 그일 못지않게 주위에 용기를 잃고 지쳐있는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다가가서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여유가 되신다면 손을 내밀어 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 여러분은 그 일을 잊어버릴지라도 그 사람은 그 일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며,
자신 역시 또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 한 해는 저와 여러분으로부터 시작된 이 작은 선순환의 고리가 넓은 세상으로 확대되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정박 중인 함정은 안전하지만,

함정은 정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A ship in harbor is safe,

but that is not what ships are built for.

 

 

 

 

조덕현 /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장 겸 군사전략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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