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DMZ에서 있었던 일

뚜르(Tours) 2013. 8. 29. 09:24

어제 서울공대 60산우회에서 경기도 연천에 있는 <DMZ 2km>생수공장 견학을 갔다.
강장신회장이 군인공제회와 합작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수회사다.
생수회사라고 그래서 마당에 빈 물통들이 산떠미처럼 쌓여 있고 공장은 벽돌 위에 스레트지붕을 올린 그렇고 그런 공장이겠거니 하며 갔는데.....
모두들 입을 다물지를 못하고 어- 어- 하면서 ....
놀랬다.
2000여 평 공장안에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웠고.
중요 처리시설의 청정도가 <class 100> 수준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누군가?
공대를 졸업한 <쟁이>들 아닌가?

원수源水는 DMZ내 남방한계선 근처에서 뽑아올려 2km를 끌어온다고 했다.
생수공장은 민통선과 인접해 있었고.
롯데칠성음료(주)를 통해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포장은 물론 운송차량에 적재를 하는 것도 자동화 되어
공장마당에 물통이나 물병이 전혀 나와있지를 않았다.
공장건물도 강남거리에나 있을 법한 멋쟁이건물이었고.

오전에 공장 견학에 앞서 역사탐방을 겸해 이곳 연천의 명소인 경순왕릉을 찾았다.
왕릉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 산에 있었다.
옛날 개성 가는 길목이라고 한다.
신라 제56대 마지막왕.
경순왕이 왕위에 오를 당시에는 국가가 후백제, 고려, 신라로 분열되어 있었고 특히 후백제의 잦은 침입과 각 지방 호족들의 할거로 국가 기능이 마비되는 상태였다.
이에 민심이 신흥 고려로 기울어지자 경순왕은 무고한 백성들이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하들과 큰아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려 왕건에게 평화적으로 나라를 넘겨준 후 왕위에서 물러났다.
이후 태자는 금강산으로 들어가 마의麻衣를 입고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으면서 지냈다 하여 “마의태자”라고도 불린다.
기원전 57년부터 비롯된 신라 역사 992년 (통칭 신라 천년)의 역사가 마감되고 신라는 경주로 불리게 된다.
978년 세상을 떴을 때 신라 유민들이 경주에서 장례를 모시고자 하여 운구행렬이 경주로 가기 위해 임진강 고랑포에 이르렀을 때 고려왕실에서는 경주지역 민심이 이반될 것을 우려해 “왕릉은 개경 백리 밖에 쓸 수 없다”는 이유로 운구행렬을 막았다.
경순왕릉이 신라왕릉 중 유일하게 경주를 벗어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 왕릉은 6. 25전쟁을 겪으면서 민통선 안쪽에 파묻힌채 군부대에서 관리하며 지내다가 지난 2005년에야 개방되었다.

왕릉을 지키던 문화해설사가 이런 말로 해설을 끝냈다.
"경순왕은 (고려 왕건에게 나라를 바치고 편안히 생을 마감한 인물이며 처세에 능한 사람이라는 비난이 있으나) 백성들이 전쟁으로 피를 흘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점심을 먹고는 <숭의전>을 찾았다.
서울에 있는 <종묘>가 이조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라면
<숭의전>은 고려시대의 왕과 공신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고려 태조 왕건의 원찰願刹이었던 앙암사(仰巖寺)가 있던 곳이다.
태조와 현종,문종,원종 등 4왕과 고려조의 충신 16분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원종元宗은 고려 제24대 군주이다.
고종과 안혜태후安惠太后 유씨柳氏의 맏아들이다.
1235년에 태자가 되었으며, 1259년 강화를 청하기 위해 몽고에 갔다가 그해 고종이 죽자 이듬해 귀국하여 즉위했다.
고려 역대 국왕 중 조祖나 종宗자를 사용한 마지막 왕이며, 이후에는 원나라의 간섭으로 조나 종이 아닌 왕王자를 붙여야 했다.
그리고 이때 이후로 "짐"은 "고" 또는 "과인"으로, "폐하"는 "전하"로, "태자"는 "세자"로 명칭이 격하되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관직 용어들의 명칭들도 모두 격하되었다.

숭의전에도 문화해설사가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몽고와의 오랜 전쟁 끝에 항복을 하고, 조공을 바치며 통치를 받게되었지만
원종은 ’고려의 복식服飾과 풍습風習은 지킨다’는 원칙을 끝까지 주장해 관철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못나고 무능했다싶은 임금들인데도 두 문화해설사는 ’그래도 이런 일은 잘 했다’는 점을 설명하려 했다.
나는 해설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긍정적인 것을 찾아내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역사를 읽어봐라.
어느 시대, 어느나라, 어느 민족이던 흥망성쇠는 있었다.
로마제국도, 징키스칸의 몽고제국도, 대영제국도 끝내는 쇠하고 망하지 않았나?
신라 천년사직이 무너진 것이 어디 경순왕의 잘못만이었겠나?
유라시아를 주름잡고 호령하던 몽고를 원종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겠나?
역사책을 읽어보면 위대한 인물들도 어두운 구석은 있게 마련이고 독재자라고 지탄을 받는 인물들도 나름대로 평가할만한 일들을 해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요즘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인, 지식인, 종교인, 언론인, 이념에 찌들린 사상가들은 자기 쪽 생각만을 내세우고 주장한다.
다른 쪽 생각은 알려고도 않고 알지도 못한다.
차선次善이나 중도中道를 말하면 명분을 내세워 조롱하고 멸시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드나드는 정치인들이여 !
서울시청앞 광장을 넘나드는 프락치 꼴통들이여 !
당신들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
진정 이나라를 사랑한다면 우리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모으자.
상생과 공존은 서로가 다름을 먼저 인정하고 이해할려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한다.

<DMZ>에 가서 생수공장을 보고 한 번 놀랬고 두 분 문화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두 번 놀래고 왔다.


                                       /박영하 <2010 - 0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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