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우물 안 개구리 의식

뚜르(Tours) 2013. 8. 26. 22:48

국제무대에서 일본과 독일이 미국에 저자세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이 다른 선진국보다 미국에 고개를 더 굽신거린 이유는 한마디로 (미국과의)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실제 싸워 본 자만이 상대방의 진면목을 가장 잘 안다.
져 본 이는 그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는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까지 대를 이어 충성하고 있다.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었던 영국의 총리가 미국 대통령의 꼬붕처럼 보이는 데 대해 말도 많지만, 불레어가 자존심이나 머리가 없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도리어 과거 세계를 제패해 본 나라로서 지금 초강대국 위치나 역학관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진정한 전쟁을 치러보지 못했기 때문에 승리나 패배의 노하우를 갖지 못하고 있다.
또 남과 대등한 외교관계를 가져 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상대방을 무서워할 줄도, 자기편을 만들 줄도 모른다.
여러 국가들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전략적으로 판단, 처신하는데 약하다.
그러니 만날 현실론은 밀리고 듣기 좋은 이상·명분론만 득세한다.

“10만 양병론”조차 무시하고 천하태평하다 맞은 임진왜란,
중국대세를 파악 못하고 쇠퇴하는 명나라에만 순정을 바치다 당한 병자호란,
일본의 부상도 모른체 쇄국정책에만 사로잡혔던 구한말 상황의 공통점은
바로 “우리 식대로 살겠다”는 우물 안 개구리 의식이었다.


함영준 / 주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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