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의 위왕이 여러 대신들과 함께 길을 가다 어느 산밑에 도착했다.
위왕은 한참 산봉우리를 바라보다가 대신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누가 나를 저 산봉우리에 올릴 수 있겠느냐?
너희들 가운데 그런 재주를 가진 자가 있으면 큰 상을 내리겠다.”
위왕의 말을 들은 신하들은 난처하기 짝이 없었다.
신선의 재주를 가진 것도 아니고 어떻게 왕을 산봉우리로 올릴 수 있단 말인가!
신하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자 위왕은 신하들 사이에 있는 손빈을 지목하며 물었다.
손빈은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임금님을 산 밑에서 산봉우리로 올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임금님이 만약 산봉우리에 계신다면 산 밑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위왕은 ‘손빈이 아래에서 위로 올릴 수는 없다고 하면서 어떻게 위에서 아래로 내릴 수 있다는 말이지?’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도 그 방법이 너무 궁금했다.
결국 위왕은 손빈이 산봉우리를 향해 걸어가자 자신도 발걸음을 재촉하여 부지런히 따라갔다.
신하들도 임금과 마찬가지로 그 방법이 너무나 궁금하여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졌다.
드디어 왕과 신하들이 모두 산봉우리에 이르자 손빈은 임금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임금님, 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는 이미 전하를 산봉우리로 올려놓았습니다.”
그제야 위왕은 손빈이 자신을 깨우쳐 주기 위해 지혜를 발휘한 것을 깨달았다.
/박영하
'東西古今'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의 삼각지 전적지 안보관광 (0) | 2013.08.30 |
---|---|
DMZ에서 있었던 일 (0) | 2013.08.29 |
우물 안 개구리 의식 (0) | 2013.08.26 |
역사 인식 (0) | 2013.08.26 |
두브로브니크, 그 魅惑(매혹)과 迷惑(미혹) (0) | 2013.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