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사순 제1주간 화요일)
말씀의 초대
이사야 예언자가 주님 말씀의 힘을 전한다. 하늘에서 내린 비와 눈이 땅을
적셔 마침내 굶주린 이들을 위한 양식을 내놓듯이, 주님의 말씀은 헛되이 돌아
오지 않고 그분께서 뜻하신 바를 이룬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기도에 관한
중요한 가르침을 주신다. 기도는 빈말을 번드레하게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
다(복음).
제1독서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
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
에게 양식을 준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
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
다."(이사 55,10-11)
복음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
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
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구하소서.'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
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마태 6,7-15)
오늘의 묵상
오늘 이사야서가 들려주는 제1독서 말씀의 아름다움은 읽고 또 읽어도 가
시지 않습니다. 이 구절을 읽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하늘에서 내린 비와
눈이 부드럽게 땅을 적셔 초목이 자라고 열매 맺어, 그것이 양식이 되어 사람
들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지는 모습이 마치 격조 높은 흑백 무성 영화를
보듯이 떠오릅니다. 이러한 아름다움과 행복이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주님의 말씀'이라고 예언자는 알려 줍니다. 그 말씀은 헛된 소리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인간의 말'로써 수많은 일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그 말
이 주님의 말씀을 닮지 않는다면 아름다움과 선을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
하게 됩니다. 인간과 말의 관계를 심오하게 성찰한 독일의 철학자 막스 피카르
트는 이 시대 사람들의 번드레한 말의 헛헛함을 그의 책 『인간과 말』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경우, 언어는 더 이상 빛이
아니다. 언어는 단순한 조명에 불과하다. 언어는 빛 아래를 파고들어 가지만,
어디로 향해야 할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빛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소리만이
있으며, 말들은 서로 충돌하기만 한다. 소리가 빛을 대신한다. 파괴된 말들,
그 말들이 만드는 소리는 그을음처럼 빛 없이 불안하게 펄럭거린다. …… 하지
만 말은 빛이 되고 싶다. 말은 빛이기 때문이다. 빛으로 존재한다는 기쁨을 원
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진실한 기도는
빛이 되려는 말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닮으려는 인간의 말입니다. 진심어린 기
도가 사람들이 드러내고자 하는 아름다움과 선의 참된 샘임을 거듭 되새겨 봅니
다.(매일미사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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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주님,
주님의 가족인 저희를 굽어보시어,
저희가 육신을 절제로 자신을 이겨 내고,
저희 마음이 언제나 주님을 바라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3. 11.
Mart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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