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사순 제1주간 수요일)
말씀의 초대
요나 예언자는 하느님의 명에 따라 니네베 성읍으로 가서 사십 일이 지나면
이 고을이 무너진다고 외친다. 사람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진심 어린 회개의 모
습을 보이고, 하느님께서는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그들에게 재앙을 내리지 않
으셨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표징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오직 요
나의 표징만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사람들은 이 표징을 보고 마땅히
회개해야 할 것이다(복음).
제1독서
주님의 말씀이 요나에게 내렸다. "일어나 저 큰 성읍 니네베로 가서, 내가 너
에게 이르는 말을 그 성읍에 외쳐라."
요나는 주님의 말씀대로 일어나 니네베로 갔다. 니네베는 가로지르는 데에
만 사흘이나 걸리는 아주 큰 성읍이었다. 요나는 그 성읍 안으로 걸어 들어가
기 시작하였다. 하룻길을 걸은 다음 이렇게 외쳤다.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
네베는 무너진다!"
그러자 니네베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었다. 그들은 단식을 선포하고 가장 높
은 사람부터 가장 낮은 사람까지 자루옷을 입었다. 이 소식이 니네베 임금에게
전해지자, 그도 왕좌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자루옷을 걸친 다음 잿더미 위에
앉았다. 그리고 그는 니네베에 이렇게 선포하였다.
"임금과 대산들의 칙령에 따라 사람이든 짐승이든, 소든 양이든 아무것도
맛보지 마라. 먹지도 말고 마시지도 마라. 사람이든 짐승이든 모두 자루옷을
걸치고 하느님께 힘껏 부르짖어라. 저마다 제 악한 길과 제 손에 놓인 폭행에
서 돌아서야 한다. 하느님께서 다시 마음을 돌리시고 그 타오르는 진노를 거두
실지 누가 아느냐? 그러면 우리가 멸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모습을 보셨다. 그래서 하느님
께서는 마음을 돌리시어 그들에게 내리겠다고 말씀하신 그 재앙을 내리지 않
으셨다(요나 3,1-10)
복음
그때에 군중이 점점 더 모여들자 예수님께서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이 세대
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
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에게 표징이 된 것처럼, 사
람의 아들도 이 세대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
심판 때에 남방 여왕이 이 세대 사람들과 함께 되살아나 이 세대 사람들을
단죄할 것이다. 그 여왕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려고 땅끝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들이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요나
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루카 11,29-32)
오늘의 묵상
요나 예언서는 짧지만 참으로 매력적인 내용입니다. 우리는 요나 예언자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로운 마음, 곧 인간과 대화하시거나 삶을 통하여 깨우쳐
주시는 자상한 모습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삐뚤어진 심리를
집어내는 대목들도 있고, 때로는 해학적인 장면들도 만나게 됩니다. 한편 그리
스도론과 관련해서는 요나가 고래 배 속에 사흘 밤낮을 있었다는 이야기(2,1-
2 참조)에서 예수님의 죽음과 부할의 형상을 미리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기적을 요구하는 유다인들에게 '요나의 기적'만을 볼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요나서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예시하였다는 것을 암
시하기도 하셨습니다(마태 12,38-42 참조). 그런데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요나의 표징'은 다름 아니라 회개를 촉구하는 표징입니다. 악한 세
대가 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은 매우 단순한 진리입니다. 그러나 그 단순한 진리
가 가장 어려워 보이는 것이 문제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사람이 자신의
그릇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하물며 한 사회와 세대가 불의와 무자비의 악
한 경향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습니다. 이 의문에는 자주
회의와 냉소, 절망의 어조가 배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제1독서가 들려주는 니네베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패배주의와 자기 정당화에서 벗어나 단순한 삶과 신앙의 진리를 다시 한 번 바
라보게 됩니다. 곧, 자신의 잘못된 삶을 뉘우치고 돌이키는 회개는 반드시 필요
하고 절박하며, 또한 그것은 가능하며 자비로우신 주님께서는 회개하는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우리를 살리는 진리입니다. 이 단순한 진
리 앞에서 세상의 복잡하고 거창한 갖가지 사상과 이론, 능란한 처세술은 빛을
잃고 말 것입니다.(매일미사에서 옮김)
----------------------------------------------------------------
오늘의 기도
"주님, 이 백성의 정성을 인자로이 굽어보시어,
저희가 절제하고 극기합며 선행을 실천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3. 12.
Martin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