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연중 제26주간 금요일)
말씀의 초대
하느님께서 욥에게 인간이 바다의 원천까지, 심연의 밑바닥까지, 암흑의 대문을
볼 수 있는지, 또한 모든 것을 알수 있는지 물으신다. 욥은 보잘것없는 자신이 드
릴 대답이 없다고 고백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지 않는 고을의 주민
들에게 회개를 촉구하신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그들의 말을 듣는 이는 당신의 말
을 듣는 사람이고, 그들을 물리치는 자는 당신과 당신을 보내신 분을 물리치는 사
람이라고 확언하신다(복음).
제1독서
주님께서 욥에게 폭풍 속에서 말씀하셨다.
"너는 평생에 아침에게 명령해 본 적이 있느냐? 새벽에게 그 자리를 지시해 본
적이 있느냐? 그래서 새벽이 땅의 가장자리를 붙잡아 흔들어, 악인들이 거기에서
털려 떨어지게 말이다.
땅은 도장 찍힌 찰흙처럼 형상을 드러내고, 옷과 같이 그 모습을 나타낸다. 그
러나 악인들에게는 빛이 거부되고, 들어 올린 팔은 꺾인다.
너는 바다의 원천까지 가 보고, 심연의 밑바닥을 걸어 보았느냐? 죽음의 대문이
네게 드러난 적이 있으며, 암흑의 대문을 네가 본 적이 있느냐? 너는 땅이 얼마나
넓은지 이해할 수 있느냐? 네가 이 모든 것을 알거든 말해보아라.
빛이 머무르는 곳으로 가는 길은 어디 있느냐? 또 어둠의 자리는 어디 있느냐?
네가 그것들을 제 영토로 데려갈 수 있느냐? 그것들의 집에 이르는 길을 알고 있느
냐? 그때 이미 네가 태어나 이제 오래 살았으니 너는 알지 않느냐?"
그러자 욥이 주님께 대답하엿다. "저는 보잘것없는 몸, 당신께 무어라 대답하겠
습니까? 손을 제 입에 갖다 댈 뿐입니다.
한 번 말씀드렸으니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두 번 말씀드렸으니 덧붙이지 않겠습
니다."(욥 38,1.12-21; 40,3-5)
복음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
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회개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심판 때에 티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 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
이다.
너희 말을 듣는 이는 내 말을 듣는 사람이고, 너희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물리
치는 사람이며, 나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보내신 분을 물리치는 사람이다."(루카
10,13-16)
오늘의 묵상
오늘과 내일의 복음이 속한 단락은 예수님께서 일흔두 제지를 파견하시며 그들
에게 부여하시는 사명과 권한에 대한 내용입니다(루카 10,1-20 참조). 예수님께
서 파견하신 제자들의 활동은 놀랍게도 예수님의 말씀 선포와 기적을 대신하고 있
습니다. 우리가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점은 예수님의 '활동'을 대신할 수 있는 제
자들의 활동의 본질입니다. 제자들이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파견된 자로서의 '존재'라는 점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은 '존재'와 '활동'이 일치하시
는 분이시기에, 그분의 활동을 대신하는 길은 부족하나마 그분의 '존재'를 반영하
는 것이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서 그분의 존재가 드러날 수 있는가 하는 것입
니다. 그 답은 그분을 '모방'하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프랑스의 현대 사상가 르네
지라르가 매우 설득력 있게 말합니다. 내일의 복음에서는,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
귀들까지 복종하였다고 기뻐하며 보고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이르신 다음 말
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루카 10,18). 르네 지라르는 이 구절을 그대로 자신의 책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서 그는 인간 사회의 근본 원리는 불행히도 타인에 대한 '모방'과 끝없는 욕망
의 증폭, 그리고 거짓된 평화와 안정의 악순환이라고 통찰합니다.
르네 지라르는 사탄이 바로 이러한 악마적 모방에 따른 욕망과 폭력의 힘과 그
진실의 왜곡을 상징한다고 봅니다. "모방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변명의 여지가 없
는 거짓 증인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이는 그들이 진실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폭력에 이르는 '모방'의 욕망이 이끄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은, 유
일하게 '십자가'를 통하여 이 질서에 결정적 균열을 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모
방'뿐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파견된 자에게 가장 큰 유혹과 장애는 자신이 수행해야 할 활동을 오해하거나 왜
곡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존재를 닮으려는 노력 없이 '사탄의 모방'인 세상의 거
짓과 탐욕에 여전히 무비판적으로 젖어 있다면, 주님을 대신해서 수행한다는 행위
와 말은 아무런 힘이 없음을 깊이 명심해야 하겠습니다.(매일미사에서 옮겨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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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저희가 언제나 성실하 마음으로 하느님을 정성껏 섬기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10. 3.
Martinus
♬ 묵주 기도 드릴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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