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가 에페소의 신자들에게 그들의 교회를 위한 기도를 전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신자들의 마음 안에 사시고, 그들이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
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간구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불을
지르고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고 말씀하신다. 겉으로만 유지되는 평화와 평
온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하신다(복음).
제1독서
형제 여러분, 나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종
족이 아버지에게서 이름을 받습니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풍성한 영광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여러분의 내적 인간
이 당신 힘으로 굳세어지게 하시고, 여러분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여
러분의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며,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을 기
초로 삼게 하시기를 빕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모든 성도와 함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
지 깨닫는 능력을 지니고,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이렇게 하여 여러분이 하느님의 온갖 충만하심으로 충만
하게 되기를 빕니다.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힘으로, 우리가 청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보다 훨
씬 더 풍성히 이루어 주실 수 있는 분, 그분께 교회 안에서, 그리고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세세 대대로 영원무궁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에페
3,14-21)
복음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으랴?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
릴 것인가?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
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
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
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루카 12,49-53)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걸림돌'처럼 보이는 말씀을 던지십니
다. 그분의 위로와 치유에 목마른 우리에게 오히려 이 세상에 불을 지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분열과 갈등, 주위 사람들과의 반목에 지쳐 주님께서 한
순간에 이 모든 것을 화해로 이끌어 주시기를 바라는 우리에게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 말씀을 곰곰이 묵상하며 자문해 봅니다. '과연 내 안
에서 타올라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혹시 평화와 평온이라는 명목으로 스스로
의 삶을 무덤처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은 이기심과 무사안일을 태우고 정화합니다. 그리고 사랑이 타오르게 합니
다. 나의 삶을 무덤으로 만들고 있는 피상적 관계와 내적 공허함은 '갈등'이라는
위기와 마주치면서 비로소 변화의 계기를 만납니다. 그러기에 불과 분열을 주
시겠다는 것은 죽어 있는 가슴속의 갈망을 다시 샘솟게 하시리라는 약속입니다.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나고 그 안에서 참생명을 체험하는 길을 예수님께서 열어
주십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신학자인 독일의 칼 라너 신부가 올린 기도의 한 대목을 음
미하며 사랑의 하느님과의 만남이 우리 삶에서 갖는 의미를 깊이 성찰해 봅니다.
"내 하느님, 오직 사랑 안에서만 당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랑 안에서
내 영혼의 문이 활짝 열려/ 내게 자유의 새 공기를 마시게 해 주시며/ 하찮은 자
아를 잊어버리게 해 주십니다./ 사랑 안에서 내 전 존재는/ 궁핍과 공허의 포로
로 만드는 나의 편협과/ 자아 긍정의 완고한 한계를 벗어나 여울져 흐릅니다.
(중략) 당신이 사랑을 통해서 내 생명의 핵심이 되어 주실 때/ 오, 신비로운
하느님,/ 나는 당신께만 내 자신을 소진할 수 있으며/ 내가 품은 모든 의문도 불
살라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침묵 속의 만남」의 '내 생명의 하느님').(매일
미사에서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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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주 하느님,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보화를 마련하셨으니,
저희에게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시어,
언제나 어디서나 주님을 오롯이 사랑하여,
주님께서 약속하신 참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10. 23.
Martinus
♬ 묵주 기도 드릴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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