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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travel] 제주를 천천히, 알차게 즐기는 다섯 가지 방법

뚜르(Tours) 2017. 12. 29. 00:50

[우먼동아일보]


추운 날씨에 움츠러들기 쉬운 계절, 남국 제주는 여전히 아름다운 풍광과 다양한 볼거리를 품고 있다. 이번 겨울 가족 체험 여행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주의 스폿을 소개한다.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


제주는 우리나라 최대의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독자적인 문화와 더불어 '뭍’과는 다른 결의 역사를 써간 곳이기도 했다. 오직 제주에서만 일어났던, 그래서 꼭 기억해야 할 역사적 순간들 가운데 4·3사건은 아이와 함께 우리 근현대사를 짚어보는 의미 있는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1948년 4월 3일을 기점으로 단순히 이념적 대립의 구도를 넘어 제주 도민의 10%가 목숨을 잃었던 이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한 흔적은 제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조천읍 절물 휴양림근처에 조성된 '제주 4·3평화공원’이 대표적인 역사 체험장이겠지만, 그보다 실제 비극이 빚어졌던 마을을 직접 둘러보고 당시를 짚어보는 건 더욱 의미 있을 듯하다. 1949년 군 병력 2명이 제주 무장대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자 군과 경찰로 조직된 토벌대가 북촌리 주민들을운동장과 주변 밭에서 사살해 사망자가 3백 명에 이르는 비극의 현장이다. 북촌리 사건의현장을 알리고 주민들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는 '너븐숭이 4·3기념관’이 자리해 있다. 당시 북촌리 사건과 4·3항쟁 등에 관한 이해를 돕는 여러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어 아이들의 근현대사 이해에 도움이 될 듯하다.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의 실제 배경지이기도 해, 가능한 한 가족이 함께 책을 읽은 뒤 찾아봐도 좋을 듯하다. 이곳을 찾은 아이들이 적어놓은 평화의 메시지가 빼곡한 전시관도 매우 인상적이다. 추모 공원을 둘러본 뒤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면 좋겠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마을 안 학교와 밭, 민가에서 70년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슬픔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위치 및 문의 제주 4·3평화공원(제주시 명림로 430, 064-723-4344 jejupark43.1941.co.kr)
너븐숭이 4·3기념관(제주시 조천읍 북촌3길 3, 064-783-4303)

오름


최근 오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오름 트레킹을 나서는 여행자들도 꽤 늘어나고 있다. 거대 화산의 분화 후 남은 열기를 참을 수 없어 작은 분화구로 제 화를 터뜨린 제주의 오름과 그 신비한 풍경을 말로 다 설명하기란 벅차다. 약간의 수고를 더해 아이와 함께 오름을 오르고 그 주변 화산지형을 두 눈으로 보게 하는 것만큼 훌륭한 체험은 없을 듯하다. 
        

제주에는 3백68개 혹은 그 이상의 오름이 있다고 알려진다. 다랑쉬오름, 거문오름, 용눈이오름, 물찻오름, 아부오름 등 이름이 제법 알려진 것만 따져도 손가락이 모자라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은 화산 분화 당시 이곳에서 생성된 용암이 14km 떨어진 바다까지 흘러가면서 여러 용암 동굴을 만든 '산파’와도 같은 곳이다. 오름의 산굼부리까지 오르는 건 금방이지만 그능선에서 내려다본 분화구의 깊이는 아득하며, 분화구 내에 삼나무로 둥근 벽체를 두른 진기한 풍경을 아부오름에서 만날 수 있다. 그 밖에 새별오름, 물장오름, 사라오름 등이름도 예쁘고 바라보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오름을 제주 여러 곳에서 만나게 된다. 

거문오름은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 홈페이지(wnhcenter.jeju.go.kr)에서 미리 예약한 뒤탐방이 가능하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1985년 제주에 정착한 뒤 이 섬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카메라에 투영했던 작가 김영갑은 그의 작품들을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서귀포시 삼달리의 한 폐교를 갤러리로 단장해갔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얼마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화산암으로 돌담을 쌓고, 정원을 꾸미고, 작품을 걸었던 그는 2002년 여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불과 3년 뒤 루게릭병과 싸우던 그는 영원히 제주의 들판에 몸을 뉘었다. 

사진작가 고 김영갑의 작품과 손길로 가득한 이곳에서는 한껏 예쁘게 단장한 제주가 아닌 거칠고 생생한 그대로의 제주를 만나게 된다. 전시관은 깔끔하면서도 제주 자연의 멋스러움을 곳곳에 남겨둔 흔적이 있어 이색적이다. 작은 소품과 구석진 공간 하나에서까지 제주를 보여주려 했던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위치 및 문의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137, 064-784-9907 www.dumoak.co.kr

유민 미술관


제주의 돌담이 둘러져 있고 좁은 입구만 열어놓은 노출 콘크리트의 직선형 건축물. 이곳은 '무학(無學)의 거장’이자 '누드 건축 예술’을 선보여온 안도 타다오가 명상 센터 겸 갤러리 '지니어스로사이’로 세상에 선보였던 곳이다. 벽 속의 벽, 건물 속의 건물을 두되 그 둘이 구분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서로 소통하고 자연과 교류하는 건축물을 만든 안도 타다오의 흔적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을 찾은 의미는 충분할 듯하다. 
        

지니어스로사이를 운영하는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는 지난해 6월 이곳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르누보 공예예술품을 만날 수 있는 '유민 미술관’을 개관했다. 전시품은 프랑스 아르누보 역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낭시 지역 유리공예 작품들로, 작가들의 도전정신이 이루어낸 예술의 진수와 만날 수 있다. 


위치 및 문의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로 107, 064-731-7791 관람 요금 성인 1만2천원, 어린이 9천원

넥슨컴퓨터 박물관


2013년 개관한 이곳은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 박물관으로 컴퓨터 발전의 역사, 그리고 그와 함께한 게임의 어제와 오늘을 풍성한 체험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총 4개의 전시 공간은 철저하게 실물 소장품(7천여 점에 이른다)과 체험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 전시실에서는 애플 최초의 컴퓨터이면서 퍼스널 컴퓨터의 전환기를 마련한 '애플 I(Apple I)’과 최초의 마우스인 '엥겔바트 마우스’ 등 컴퓨터의 역사를 쓴 제품들을 선보인다. 2층 전시실은 특히 엄마 아빠의 추억에 간직되어 있던 고전 게임들을 소환, 게임을 매개로 아이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세대 간 관심사를 소통할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3층 전시실에 마련한, 컴퓨터의 역사를 장식했던 시대별 대표 컴퓨터를 보고 만질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매우 인기있다. 특별전이 열리는 지하 공간에서는 1980~90년대 게임 문화를 마음껏 체험해 볼 수 있다. 

위치 및 문의 제주시 1100로 3198-8, 064-745-1994 관람 요금 성인 8천~2만5천원, 청소년 7천원, 어린이 6천원

오늘, 운전대를 놓고가장 편안하게 제주를 여행하다
제주시티투어

가족 여행 시 제주도 내 여러 곳을 다니기에는 역시 렌터카가 편리하겠지만 제주 시내에서 만큼은 잠시 운전의 부담을 덜고 제주시의 주요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다. 청정 제주 바다를 상징하는 청색의 트롤리형 버스에 올라 도심의 전통 시장과 민속오일장, 주요 명소 등을 두루 다닐 수 있는 '제주시티투어’다. 
        

제주시티투어는 제주국제공항을 출발해 삼성혈, 크루즈 및 연안여객터미널, 김만덕 객주, 동문시장, 관덕정과 탑동광장, 용두암, 어영해안도로, 도두봉, 이호테우 해수욕장, 제주 민속 오일장, 흑돼지식당가, 노형오거리 등을 순환하는 코스로 운영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9편의 버스가 이 코스에 투입되며, 2018년 4월부터는 상부오픈형 2층 버스가 새롭게 도입된다고 하니 시원한 바람과 맑은 햇살을 받으며 제주 도심을 여행할 수 있을 듯 하다. 


이용 문의 064-741-8784~5 jejucitybus.com

director 김명희 기자
designer 김영화
자료 및 취재협조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넥슨컴퓨터박물관


editor 남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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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사 보기 : http://v.media.daum.net/v/20171228165709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