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본격 수확뒤 점차 산지 북상
복·애플·망고 수박 등 다양화
두드렸을때 둔탁한 소리 나면
물찼거나 너무 익어 검을 수도
5~8㎏ 적당…너무 크면‘빈 속’
껍질에 하얀 분 올라온건 달아
수분 91%·당분 5%…저칼로리
속껍질 파내 무·오이처럼 요리
음식물 쓰레기 줄여 ‘일석이조’
수박은 매력 덩어리다. 진한 초록색 껍질에 호랑이 줄무늬가 있고 하얀 속껍질에 빨간 속살까지 갖고 있다. 겉은 고상하지만 속은 정열적이다. 목마른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 줄 사막의 오아시스를 품고 있다.
수박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커질까 궁금하다. 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다. 모종 한 개에서 수박 한 개나 두 개만 만든다. 줄기가 30~50㎝쯤 자랐을 때 줄기 고르기를 하는데 2~3개를 남긴다. 출하 시기나 재배 환경을 고려해 어미 줄기에 열리게 할지 아들 줄기에 할지 정한다. 몇 마디에 수박이 열리게 할지 정해 수박 잎마다 나오는 곁순을 제거한다.
불필요한 순이나 열매는 다 따내어 영양 손실이 없게 하는 정성이 고품질 수박의 비결이다. 수확 30일 전부터는 물을 주지 않아 당도를 높인다. 수확 10일 전부터는 받침대에 있던 수박을 돌려놓으며 골고루 착색되도록 한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하면 모종을 심은 후 100일쯤에 탐스러운 수박을 내놓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박생산량이 세계 20위 안에 드는 수박 강국이다. 지역적으로는 충남과 경남에서 50% 가까이 담당하고 있다. 충북, 전북, 경북을 합하면 전체의 90%에 가까운 양이 5개 지역에서 나온다. 과거에 주류를 이루었던 노지재배 수박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시설재배로 생산하는 수박이 85%나 된다.
지역별로 출하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겨울 수박의 본고장인 함안 수박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나오는데 기온이 올라가면서 2~3주 단위로 산지가 북상한다. 수박이 많이 생산되고 있는 곳은 함안을 비롯해 창원, 합천, 의령, 고령, 고창, 논산, 부여, 세종, 진천, 음성, 진안, 강화, 양구, 영주 등이다. 일반 수박은 중복까지 나오고 이어 고랭지 수박이 7월 말부터 출하된다. 임금님 진상품이었던 무등산 수박은 높은 산기슭에서 자라는데 8월 말에 나온다. 제주 애월에서 나오는 노지 수박은 피서객들에게 인기인데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최근에는 품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복수박, 조롱수박, 애플수박, 망고수박, 황금수박, 미니수박, 흑수박, 속노란수박, 흑피수박, 흑미수박, 씨 없는 수박 등이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품종 이름도 많다. 꿀수박 시리즈만 한 번 보자. 대박꿀수박, 삼동꿀수박, 설복꿀수박, 여름꿀수박, 정통꿀수박, 조은꿀수박, 한여름꿀수박, 진한삼복꿀수박, 강력삼복꿀수박까지 이름을 듣기만 해도 꿀 같은 여름을 맞이할 것 같다.
여름에 가장 인기 있는 과일! 잘 익은 수박을 쉽고 간편하게 찾아내는 방법을 알아보자. 농협유통 농산팀 윤경권 팀장은 검은 줄이 진하고 형태가 고른 것을 고르라고 한다. 수박 고르는 노하우는 두드려보는 것에 있다. ‘탱탱’ 하는 청명한 소리가 나는 것이 잘 익은 것이다. 박수박, 물찬 수박, 모자이크 바이러스 질환에 걸린 것, 심이 박혀 있는 불량품을 골라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수박은 ‘퍽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배꼽이 작은 것을 고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당도가 높은 것을 찾는다면 수박 표면에 하얀 분이 뽀얗게 난 것을 골라보자.
예전에는 수박장수가 수박을 삼각형으로 파내 맛을 확인하게 했다. 이제 첨단기술의 발달로 수박을 자르지 않고 당도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분광광도계의 원리를 이용한 비파괴검사법인데 근적외선을 여러 군데 쪼여서 자체적으로 축적한 많은 데이터와 비교해 당도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크기 차이, 표면 굴곡, 거칠기에 따른 차이, 과육의 경도와 결에 따른 차이 등 물리적 인자에 따른 변수도 보정해 준다. 이렇게 산지에서 당도를 선별하며 출하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고르는 수박마다 단 이유는 재배 기술과 선별 기술의 발달에 있었다.
수박은 대부분 그대로 먹는다. 가정용으로는 5~6㎏이 적당하고 7~8㎏은 품질이 좋다. 너무 큰 수박은 잘못 고르면 속이 비거나 검붉은 색을 나타내는 과숙한 것을 만날 수 있다. 수박은 맛있을 때 빨리 먹는 것이 가장 좋겠다. 먹다 남은 것은 냉장고에 두면 되는데 너무 오래 두면 붉은색이 진해지고 무르는데 수박이 열대성이기 때문에 수박 조직이 일종의 냉해를 입는 현상이다.
수박의 품질은 당도뿐만 아니라 식감으로 결정하는데 아무래도 호랑이 줄무늬가 있는 오리지널 수박이 제일 맛있다. 5000원 권 화폐 뒷면에는 신사임당의 수박 그림이 있는데 여기에도 호랑이 줄무늬가 선명하다. 줄무늬 수박의 역사가 오래됐음을 알 수 있는 그림이다. 수박은 고려 말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고, 1450년경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농서이자 요리책인 산가요록(山家要錄)에는 수박김치 만드는 법이 나와 흥미롭다. 수박을 통째로 깨끗이 씻어 다른 침채류 만드는 법대로 하되 봄이 되면 소금기를 빼고 먹는다는 내용이다.
수박 과육이 빨갛고 노란 것은 색소의 차이 때문이다. 껍질 녹색은 클로로필, 붉은색은 라이코펜, 노란색은 카로틴이다. 모두 몸에 이로운 성분들이다. 수박의 성분은 수분이 91%를 넘는다. 수박 100g 중 당 성분은 5g 정도이며, 주로 설탕과 과당이 들어 있다. 칼로리는 낮아서 같은 양 바나나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 수박씨에는 지질과 단백질이 풍부하다. 수박씨는 중국에서 많이 먹는데 수박씨용 품종이 있을 정도다.
수박 모자이크병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바이러스에 의한 수박 감염병이다.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하고 조직을 파괴해 물러진 상태로 만든다. 바이러스는 숙주에 대한 특이성이 있어서 식물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경우는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경기 광명 충현초교 천지연 영양교사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수박껍질 활용법을 설명한다. 수박껍질은 감자 칼로 깎아내고 무나 오이를 활용하듯 사용하면 된다. 소금에 절여 깍두기를 만들거나 김치찌개에 넣는다. 옛날부터 활용하던 방법으로 수박껍질을 말려 된장 속에 묻었다가 장아찌로 먹는 방법도 있다. 그 밖에도 피클, 수박껍질 팩 같은 무궁무진한 활용법이 있어 수박 소비 촉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수박은 제례에도 쓰이며 예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궁중에서 수박을 도둑질한 죄로 곤장 100대를 맞고 귀양을 갔다는 기록도 있다. 부모에게 드릴 수박을 한겨울이라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수박을 평생 먹지 않았다는 효자 이야기도 있다. 중국에서는 아주 귀한 손님 접대 때 여러 요리 가운데 ‘수박탕’을 대접했다.
신구대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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