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뒷문으로
전동균
두 달 만에 면회를 갔지요
연분홍 꽃무늬 새 옷 입혀드리자
좋아라, 콧노래 흥얼대는 어머니
갑자기 집에 가자 그러시네요
식구들 기다린다고
아버지 좋아하는 가자미조림 해야 한다고
어쩌나, 아버지는 벌써 돌아가셨는데
집은 십년 전에 도망갔는데
공원 나무 그늘에서
도무지 나이를 먹지 않는 친척들이며
달이 솟는 우물들이며
모여서 활짝 피는 수국꽃 얘기로
서너 시간
무언가 내 옆을 자꾸 지나갔어요
이름을 부르면 어머니도 나도 금방 사라질 것 같은
사람들이, 짐승 그림자가
들끓는 물결들이
어둑해지는 저녁에 다시 병원으로 왔지요
이번엔 뒷문으로 왔지요
세상에 제일 좋은 집이 여기예요, 어머니
아시는 듯 모르시는 듯
내 손만 꼬옥 잡고 아장아장
잘도 따라오시고
―계간『시와 사상』(2018년 가을호)
출처 : 블로그 '하루 시 한 편 읽기'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나무·2 /홍수희 (0) | 2019.01.19 |
---|---|
등 뒤에서 너를 끌어안으면 /조진국 (0) | 2019.01.18 |
망설이지 말고 /우미 김학주 (0) | 2019.01.16 |
당신은 늘 함께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조미하 (0) | 2019.01.15 |
내 주머니 속 손난로/ 홍수희 (0) | 2019.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