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소리 /이재무
올여름엔 시골집 내려가
개구리 울음소리
실컷 듣다가 오고싶다.
다 늦은 마당에
멍석깔리고 두레밥상에 식구들 둘러 앉으면
밥상머리에 겁 없이 뛰어들던 울음소
된장국에도 물김치에도 물그릇에도
둥둥, 참외 같이 노랗게 떠 있던 울음소리
밥 먹고 나선 마실 길에 지천으로 깔리던
울음소리 눈둑 미루나무 가지에도 우물옆 팽나무
가지에도 주렁주렁 열리던 울음소리
이슥한 밤 소등한 마을
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들판에 울음이 번쩍이고
툭툭, 발길에 차여
아무렇게나 나뒹굴던 울음소리
뜰팡 벗어 놓은 신발 속에 눈물처럼 고이던
개구리 울음소리
- 이재무,『데스밸리에서 죽다』(천년의시작,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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