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8월의 기도 /이해인

뚜르(Tours) 2023. 8. 1. 07:41

 

8월의 기도  /이해인

 

 

곰팡이 냄새 가득한

우울한 이야기들로

잠이 오지 않던 장마철

단물도 향기도

다 빠져버린 과일처럼

맛이 없던 일상의 시간들을

햇볕에 널어야겠습니다

8월엔 우리 모두

해 아래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게 하소서

그리움조차 감추어 두고

오랜 나날 헤어져 산

남과 북의 한겨레가

같은 땅을 딛고

같은 하늘을 우러르며

하나 된 나라에서 살게 하소서

절망했던 만큼의 희망을

큰 나무로 키우며

사랑의 삽질을

계속하게 하소서

하나 되기 위한 진통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용서의 어진 눈빛과

화해의 맑은 마음으로

함께 바라보는 산천이

더욱 아름다운 곳

어머니 나라의 평화

하나 된 겨레의 기쁨

꼭 이루어 내게 하소서

8월엔 우리 모두

기다림에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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