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저녁 들판에서 / 신경림
사마귀와 메뚜기가 물고 뜯고 싸우고 있다
방아깨비와 찌르레기가 여름내 가으내
내 잘났다 네 잘났다 다투고 있다
뉘 알았으랴 그때
하늘과 땅을 휩쓰는 비와 바람이 몰아쳐
사흘 밤 사흘 낮을 불다 가리라고
이제 들판에는 그것들
부러진 날갯죽지만이 흩어져 있다
토막난 다리와 몸통만이 남아 있다
태풍이 지나간 저녁 들판에 서보아라
누가 감히 장담하랴
사람의 일 또한 이와 같지 않으리라고
- 신경림,『쓰러진 자의 꿈』(창작과비평사, 1993)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릎의 문양 - 김경주 (0) | 2023.08.14 |
---|---|
작은 완성을 위한 고백 / 이면우 (0) | 2023.08.13 |
맨발- 문태준 (0) | 2023.08.11 |
친구야 말복이네 /김덕성 (0) | 2023.08.10 |
잘못 살았다고 생각한다 /김상혁 (0) | 2023.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