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나의 아버지의 바다 / 백원순

뚜르(Tours) 2024. 5. 31. 19:55

 

 

 

나의 아버지의 바다  / 백원순



나는 지금도 아버지의 바다에 대해
잘 모른다
내가 세 살적엔가
아버지는 나를 배에 태우고
함께 바다로 가셨다
아버지가 그물을 끄시는 동안
나는 아버지가 요리하시는 냄비에
불을 지피는 것이
유년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다

아버지에 대한 바다는
바다에서 돌아오시면
친구들과 기울이는 소주잔에
출렁이는 알 수 없는 기억을 지나
나는 언제나 아버지의 바다를
저 수평선 넘어 세계로 꿈꾸어왔고
바다를 언제나 바라보는 소년은
장년이 되어서도
저녁이면 떠오르는 먼 우주의 바닷가 별빛들이
언제나 아버지가 바다에 가면
그리워하는 빛들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바다는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고
알 수 없는 많은 물고기
그 물고기를 팔러
잠시 정박하는 항구의 낯선 풍경들

아버지의 바다는
언제나 알 수 없고
다만 아버지가
오랜 세월 후
돌아오셨다는 것

아버지의 바다에서
내가 언제나
저녁이면
고개 들어 보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그 영원성으로
내 가슴에 사랑으로
빛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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