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모래카르텔 ​/서영택

뚜르(Tours) 2025. 2. 25. 22:15

 

 

모래카르텔  ​/서영택

바다는 모래를 삼키며 살아간다

모래 무늬가 파도의 양식이고 호흡이다

내 눈과 마음을 가득 채우는 모래들

흘러내리고 미끄러지며 서로 서로를 바라본다

얼마나 더 버티면 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

경계를 지우는 바람이 몰려온다

모래가 지도를 넓히고 좁힌다

싱가포르는 세계 1위의 모래 수입국이다

국토의 30%는 매립으로 늘어난 것이다

주로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하였는데 불법 채취로

인도네시아에서는 24개의 섬이 사라졌다고 한다

나는 흩어지려는 모래의 심정을 이해한다

해변엔 머물지 못하는 발자국이 가득하다

태양은 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하루만큼 나의 모래를 빼앗아가는 자 누구인가

ㅡ계간 《동행》(202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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