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카르텔 /서영택
바다는 모래를 삼키며 살아간다
모래 무늬가 파도의 양식이고 호흡이다
내 눈과 마음을 가득 채우는 모래들
흘러내리고 미끄러지며 서로 서로를 바라본다
얼마나 더 버티면 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
경계를 지우는 바람이 몰려온다
모래가 지도를 넓히고 좁힌다
싱가포르는 세계 1위의 모래 수입국이다
국토의 30%는 매립으로 늘어난 것이다
주로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하였는데 불법 채취로
인도네시아에서는 24개의 섬이 사라졌다고 한다
나는 흩어지려는 모래의 심정을 이해한다
해변엔 머물지 못하는 발자국이 가득하다
태양은 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하루만큼 나의 모래를 빼앗아가는 자 누구인가
ㅡ계간 《동행》(202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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