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밤새 움켜쥐었던 골목을 놓아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냉찜질을 하기 위해 주먹만 한 얼음을 꺼내 놓았다 창문을 넘어온 햇살이
미끈한 등을 어루만지자 금세 글썽이기 시작한다 건드리기만 해도 구름이
근본인 것들은 걷잡을 수 없이 흐느낀다
햇빛의 동공이 파르르 떤다
얼음이 단단한 것은 입자들이 서로 핏줄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관절마다
들러붙었던 집착이 풀어진다 색깔도 없고 아우성도 없는 투명한 결의가
하염없이 녹아내린다
꾹 쥐고 있던 주먹이 펴지고 있다
담장 너머
목련나무의 흰 주먹들이 봄을 놓아버린다
- 장요원, 시 ‘사라지는 결의들’
꽃샘추위입니다.
봄이 온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꾸물거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느새 꽃 피고
사라지는 결의처럼 불끈 쥔 주먹을 풀지도 모릅니다.
봄이 어느새 꽃잎을 모두 풀어놓을 테지요.
벌써 다른 계절이야, 불리기 전에
상큼한 봄을 만끽해봐야겠습니다.
<사색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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