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斷想)
아내가 끓여내온 녹차(綠茶)의 향(香)
비릿한 것 같기도 하고
누룽지 내음 같기도 하다.
몹시도 아파
아이는 3일 동안 사경(死境) 헤맸다.
나락(奈落)으로 한 없이 떨어지던 순간들
머리가 휘이휘이 어지럽다.
다시는 되돌아 오질 못할 두려움에
소리쳐 부르는 소리, 엄마~
온힘을 다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발버둥 치려해도 움직이질 못하는 두려움.
불타오르는 듯 온몸이 뜨거워
물을 마셔야 하는데...
언제 내가 멈출 수 있을까
저 끝까지 떨어지면 그곳은 어딜까?
어둠과 회색빛이 교차하면서
휘이휘이 동그라미 그리며 떨어진다.
마지막 온힘을 다해
손을 흔들어 본다, 허공을 향해.....
"정신차려!"
희미한 목소리, 울음 섞인 목소리.
차거운 물수건이 나를 깨운다.
끝 없이 떨어져가던 길이 일순간 멈춘다.
비릿하기도 하고 숭늉 냄새도 같은
기분 좋은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그것을 잡야야 산다는 생각에
진저리치며 힘을 다해 잡았다.
엄마의 손, 내 얼굴을 만지던
엄마의 손을 잡았다.
비릿하기도 하고 구수한 냄새가 밴
엄마의 손을 잡고 비싯 웃었다.
이제 며칠 후면 그 엄마가 가신지
37년이 되는 날이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녹차의 향기
기억을 더듬는 깊어가는 가을 밤......
Marti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