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nor(莊園)

가을 송가(誦歌)

뚜르(Tours) 2006. 11. 10. 16:01

      가을 송가(誦歌) 처마 끝 매달린 풍경에서 가을 시냇물 소리처럼 청아(淸雅)한 소리가 한가롭고 인적 없는 산사(山寺)엔 나그네 홀로 송화(松花) 다향(茶香)에 시름을 달랜다. 아이는 연신 뒤돌아 보며 엄마의 치마자락을 놓칠세라 움켜잡는다. 아이는 이처럼 먼길을 걸어본 적이 없어 되집어 돌아갈 요량을 걱정한다. 엄마가 콩밭을 매고 아이는 메뚜기 잡아 강아지풀 꽃대에 줄줄이 꿴다. "이 연못이 우리 집 사랑채가 있던 곳이란다." 콩밭 옆엔 기다란 연못이 있었다. 탱자나무 울타리 현감(縣監)댁으로 열아홉에 시집 온 새댁 세월이 흘러 콩밭을 맨다. 지나온 세월이 하도 서러워 이제는 늙은 새댁이 아이가 보는 앞에서 눈물을 훔친다. 열아홉의 장대같은 큰아들을 보내고 코 훌쩍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는 그렇게 우셨다. 울고 있는 엄마 곁에서 "우리 형땜에 엄마가 운다...." 아이는 그렇게 독백(獨白)을 한다. 산사의 고요함과 어린날의 단상과 송화차의 향기와 내 엄마의 추억과 풍경소리가 저무는 가을을 노래한다. Martinus
          • 14

          •  

        'My Manor(莊園)'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기념화의 역사  (0) 2006.11.14
        가을 단상(斷想)  (0) 2006.11.12
        가을비 속에서(2003.9.18)  (0) 2006.11.0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0) 2006.10.27
        그림자로부터 도망치기 / 토마스 머튼  (0) 200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