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가톨릭교회와 관련한 오해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대표적 오해로 '가톨릭, 곧 천주교는 기독교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들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오해인 '천주교는 마리아교'라는 주장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
▨ 천주교는 기독교가 아니다?
자신의 종교가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들에는'1가톨릭(천주교) 2기독교 3불교 4○○교' 등으로 가톨릭(천주교)을 기독교와 다르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종교를 물을 때에도 가톨릭(천주교)과 기독교를 구분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 경우 기독교란 프로테스탄트(개신교)를 뜻합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가톨릭과 기독교를 구분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선 기독교의 '기독'(基督)은 '그리스도'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어서, 기독교는 그리스도교와 같은 표현입니다. 반면에 천주교의 '천주'(天主)는 하늘의 주인 곧 '하느님'을 나타내는 한자어 표기로, 가톨릭(교회)이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전해졌을 때 천주교 또는 천주성교(天主聖敎)라고 부른 데서 연유합니다. 가톨릭(교회)은 그리스도교와 다른 종교가 아닙니다. 가톨릭이 바로 그리스도교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냥 '그리스도교'라고 하지 않고 굳이 '가톨릭(교회)'이라고 할까요? 이는 '가톨릭'이라는 말 뜻과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 말로 '보편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가톨릭'은 그리스어 ' καθολικοs'(catholicos)에서 유래하는데, 보편적이란'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두루 미치는', '모두에게 해당되는'이라는 뜻이지요. '가톨릭'이란 표현을 처음 쓰신 분은 110년쯤에 로마에서 순교한 안티오키아 주교 성 이냐시오라고 합니다. 이후 가톨릭이란 표현은 의미가 더욱 풍부해져 '하나인 교회' '참된 교회'를 가리키는 데도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가톨릭'을 오늘날처럼 개신교와 대비되는 천주교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게 된 것은 16세기 종교 개혁 이후부터입니다. 교회 가르침에 반발해 갈라져나간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항의자)에 대해 보편적이고 참된 교회라는 의미로 가톨릭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이제 분명해졌습니다. 기독교라는 말은 천주교에도 해당되고 개신교에도 해당됩니다. 주교회의 천주교용어위원회가 발간한 「천주교 용어집」에서는 이렇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그리스도교'의 한자 음역을 줄여쓴 말이므로, 비록 프로테스탄트 교파를 지칭할 때라도 이를 피하고, '그리스도교'라는 용어를 쓴다. 그리스도교라는 말에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형제들이 다 포함된다."
용어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습니다. "…'가톨릭'과 대비하여 갈라져 나간 그리스도교 형제들을 '프로테스탄트'라고 하되, 그들에 대한 예우가 필요한 때에는 '개신교'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구교'(천주교를 지칭하는 옛 표현) 또는 '신교'(개신교를 지칭하는 표현)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 천주교는 마리아교다?
천주교와 관련해서 가장 많은 오해가 '천주교는 마리아를 믿는 마리아교'라는 것입니다. 특히 일부 개신교 교파에서는 의도적으로 이런 그릇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천주교에서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각별히 공경하고 있습니다만 결코 마리아를 하느님처럼 떠받들어 모시지는 않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이 마리아를 각별히 공경하는 것은 하느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낳으신 어머니일 뿐 아니라 예수님의 구원 사업에 일생 동안 협력하셨기 때문입니다.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을 존경한다면 하물며 하느님의 외아들을 낳아 기르신 마리아를 어떻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천주교 신자들이 마리아께 드리는 공경은 하느님께만 드리는 흠숭과는 전혀 다릅니다. 천주교에서는 이를 구별해 하느님께는 흠숭의 예(欽崇之禮)를 드리지만 마리아께는 상경의 예(上敬之醴)를 드립니다. 상경이란 보통 성인(聖人)들에게 바치는 공경의 예(恭敬之醴)보다 좀더 각별한 예를 표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천주교는 '예수님을 믿는 예수교가 아니라 마리아를 믿는 마리아교'라는 주장은 거짓 주장입니다. 천주교가 마리아를 신앙 대상으로 믿지 않는다는 것은 기도를 바칠 때 사용하는 문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천주교에서는 하느님께 기도를 바칠 때는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십시오"하고 기도하지만 성모 마리아께 기도를 바칠 때는 "저희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주십시오"라고 기도합니다. 청원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지요. 성모님은 하느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천주교에서 하느님을 믿는 것과 마리아를 공경하는 것이 이처럼 전혀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알고 혹시 일부에서 '천주교는 마리아교'라는 잘못된 주장을 할 경우 잘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알아둡시다>>
가족이 함께 시골로 피서를 왔습니다. 밤하늘에 별들이 빛나자 아빠가 손가락으로 별자리를 하나씩 가리키며 어린 아들에게 말해줍니다. '저건 북두칠성이고 그 위에 보이는 큰 별이 북극성이란다.'아빠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잘 따라가면 별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가락 끝만 쳐다볼 경우 정작 손가락이 가리키는 별자리는 찾지 못합니다.
성모 마리아는 아빠 손가락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분이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이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하면서 마리아의 삶과 모범을 본받고 마리아께 전구(轉求,'빌어주십시오' 하고 청하는 것)를 드리는 것은 바로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서, 그리스도와 일치하기 위해서입니다.
드물지만 신자들이 성모 마리아나 성인들의 도움을 청할 때에 마지막에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십시오'하고 마치는 경우를 봅니다. 이것은 잘못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 또는 성령께 기도드릴 때는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십시오'하고 끝맺을 수 있지만 성모 마리아나 성인들께 청을 드릴 때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십시오'하고 전구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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