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휴일
창문을 흔드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창밖을 봅니다.
메타세콰이어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와서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문득 그 성경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어둠이 아직 걷히지 않은 새벽이었습니다.
오전 내내 맘을 굳게 닫고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앉아 있었습니다.
무엇이 내 맘을 닫아 버리고
보이지 않는 시공(時空)에 시선을 던지게 하는가?
무엇이 자꾸 나를 흔들고 있는지,
그 흔듬에 내 자신을 왜 맡기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내가 주님 안에 머물고 있음에도
내가 세상에서 인정 받고 싶음을 찾아냈습니다.
주님의 평화와 기쁨을 알면서도
누리는 평화와 취(取)함의 기쁨을 원함을 알아냈습니다.
시간이 흐름은 결코 아쉬움이 아닌데
덧없이 흐름을 탓하고 있었습니다.
내 삶은 그 본질 안에서 풍요롭고 가치가 있는데도
나는 성취(成就)와 과시(誇示)에서 가치를 빛내려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불쏘시개로 태워 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나는 뒤돌아 보고 있음을 알았답니다.
오후에 국립현충원을 걸었습니다.
가을바람을 연상케 하는 바람을 안고 걸었습니다.
내린 비로 깨끗한 자태를 뽑내는 나뭇잎을 보면서
닫혔던 가슴이 열리고 희망의 계절을 생각하며 걸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떨어질 나뭇잎들이
지금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모습은 정녕 깨달음이었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걱정에
일어나도 겪어야 할 일들을 미리 아파하는 나는 아직도 미성숙한 아이입니다.
흩날리며 내리는 비를 맞으며
싱그러운 자연의 내음을 맡으며 걸은 오후에서야 마음이 열렸습니다.
세상이 나를 위해 기다리지 않듯이
나 또한 세상의 일상(日常)을 기다리지 않기로 맘 먹었습니다.
비 내리는 휴일에
가슴앓이와 새로운 삶의 지평(持平)을 여는 그런 하루를 보냈습니다.
마르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