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을 때 이런 느낌일까. 충남 서산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도비산은 해발 352m의 야트막한 산이다. 하지만 사방으로 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져 정상에서 보면 세상이 모두 발 아래 있는 듯한 기분이다. 도비산에는 또 천년고찰 부석사가 있다. 한국 최고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을 품고 있는 영주 부석사와 이름도 창건 설화도 똑같다. 어느쪽이 진짜일까를 따지는 것보다 같은 설화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서산=글·사진 박상언 기자 [separk@ilgan.co.kr] ■섬이 날아와 자리잡았다는 도비산 서산 시내에서 649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약 10㎞쯤 가면 왼쪽으로 짙은 수림을 이고 선 작은 산이 보인다. 강원도 심심산골의 해발 1000m 고봉과 비교하면 작은 구릉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아담하다. 천지가 개벽할 때 섬이 날아와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 도비산(島飛山). 그래도 제법 수풀은 울창하다. 논을 가로지른 농로 끝에서 시작되는 숲은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비롯해 기기묘묘하게 몸을 비튼 소나무 등이 운치를 더한다. 성급한 놈은 벌써 가을옷으로 갈아입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산을 오르려면 약 7부 능선에 들어선 부석사를 지나야 한다. 산행은 오른쪽 석탑 뒤로 작은 길에서 시작된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하지만 15분 정도 가쁜 숨을 고르다 보면 어설프게 만든 정자가 반긴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상이다. 산행이라기보다 산보에 가깝다. 정자에 걸터앉아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땀을 식히는 사이 눈 앞은 장관이 펼쳐진다. 서산 간척지와 그 사이 거대한 인공호수가 시야를 가득 메운다. 하필 궂은 날씨로 인해 낮게 드리운 먹구름 때문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도 복잡한 도시생활로 찌든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다. 작은 산이라 얕봤던 경솔함이 부끄럽다. 10월 초 서산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무게를 이기지 못해 잔뜩 고개를 숙인 벼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다행히 태풍이나 수해 등을 입지 않아 풍작을 기대한다고 한다. ■의상대사와 선묘의 전설 얽힌 부석사 도비산의 울창한 숲은 부석사 뒤뜰에서 절정을 이룬다. 본전인 극락전을 끼고 산신각 쪽으로 돌아들면 수백년은 됨직한 고목들이 사열하듯 서 있다. 절집의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웅장한 풍경은 별천지를 연상케한다. 한창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고목 사이에는 작은 벤치들이 들어서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부석사는 또 서산에서 유일하게 템플스테이를 하는 절답게 엄숙함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우선 일주문 구실을 하는 입구에는 사자상을 앉혀 놓았다. 중국풍이다. 문 이름도 사자문이다. 그리고 극락전 앞에는 소원지를 비는 작은 목조건물을 만들어놓았다. 이는 일본식이다. 한·중·일의 분위기를 모두 합해놓은 퓨전 절인 셈이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부처님을 모시는 마음만 같다면 풍속이나 양식은 큰 의미가 없다는 부석사 주지 주경스님의 철학이 담긴 것들이다. 서산 부석사는 영주 부석사와 비슷한 창건 설화를 갖고 있다. 의상대사가 중국에서 공부할 때 그를 연모하던 "선묘"라는 낭자가 있었다. 의상이 공부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자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선묘는 발만 동동 구르다 바다에 몸을 던져 용으로 변신해 의상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했다는 애틋한 내용이다. 의상은 도비산에 절을 지어 선묘의 애절함을 위로하려 했으나 마을 사람들이 반대했고, 거의 완성될 즈음 이를 부숴버리기 위해 불을 지르려 했다. 이 때 갑자기 검고 큰 바위가 날아오더니 "너희들이 절 짓는 것을 방해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호통을 쳤다. 의상은 그 덕에 무사히 절을 완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의상은 선묘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용에 이어 돌로 변신했다고 판단, 애뜻한 마음이 더했다고 한다. 그 돌은 절에서 잘 보이는 서해 앞바다로 날아가 절을 지키고 있다. 바위는 만조 때 물에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보여 "검은 여"라 불렸고, 절 이름도 부석사가 됐다. 영주 부석사는 다만 부석이 무량수전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점과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이 없다는 점에서 서산 부석사와 다르다. - 최고 30㎝ 손바닥보다 큰 자연산 대하 제철 ■주변 먹을거리 요즘 천수만에 가면 대하가 지천이다. 그물을 걷어올리면 크기가 손바닥 하나로도 모자라는 새우가 사방에서 펄떡펄떡 뛴다. 10~15㎝에 불과한 양식에 비해 자연산 대하는 훨씬 크다. 10월 중순이면 무려 30㎝까지 자란다. 대하는 구워먹어도 좋지만 생으로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입 안 가득 물리는 속살은 쫀득쫀득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도비산에서 남쪽으로 10여 분 달리면 닿는 간월암 인근 간월도바다횟집(041-664-7822)에 가면 싱싱한 자연산 대하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주인이 직접 배를 띄워 잡아오는 까닭에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또한 그물을 걷을 때 현장에서 대하를 일일이 떼어내 곧바로 수조에 넣기 때문에 자연산일지라도 살아있는 놈을 맛볼 수 있다. 1㎏에 5만 5000원(포장은 4만 5000원). 또한 자연산 생선회 1㎏(5만 5000원)을 주문하면 대하·전어·꽃게·전복·낙지 등을 한 상 가득 내놓는데, 3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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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2 09:0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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