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상식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올바른 성모신심을 위한 기본 다지기] 1

뚜르(Tours) 2009. 3. 9. 00:12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올바른 성모신심을 위한 기본 다지기]

(상)성모 마리아에 대한 전통적 이해

믿음으로 하느님의 어머니되다

마리아 없이 그리스도의 사건도 없어
신앙의 어머니로서 육화의 신비 실현

마리아가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신자들은 ‘동정’, ‘성모’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 다음으로 ‘묵주기도’, ‘레지오’ 등이라고 대답한다. 가톨릭 신앙의 모범이요 어머니라고 칭하며 특별한 공경의 대상으로 삼는 마리아. 하지만 신앙생활을 오래 한 신자들도 마리아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나 신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이해 부족과 소극적인 신심은 다른 종교인들로부터 여신 숭배라는 오해와 비난 앞에 침묵하게 하며 그릇된 신심이나 비뚤어진 기복적 신앙에 빠져들 위험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본지는 올바른 성모신심을 위한 기획시리즈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교회가 성경과 전통 안에서 전하는 마리아의 모습과 마리아에 대한 신앙을 알아보고 현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성모신심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마리아는 누구인가

가톨릭교회는 마리아에 대한 4가지 교의를 선포하고 믿을 교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근대에 선포된 원죄 없이 잉태됨과 성모 승천에 대한 교의를 제외한 하느님의 어머니, 평생 동정에 대한 교의는 단순히 마리아만을 염두에 둔 믿을 교리라기보다는 초대교회 그리스도에 관한 신학적 논쟁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고 이해되어온 교리다.

여기서 주지해야 할 점은 자연스럽게 이해됐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마리아에 대한 특별한 신심을 가지고 ‘마리아론’이라고 논함은 마리아가 구원 역사적 관점, 즉 역사의 흐름 안에 개입하시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안에 커다란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마리아에 대한 신심은 “마리아 없이 그리스도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명제에서 시작해야 하며 이는 하느님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방식이 ‘어머니’를 통해 드러났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묵상거리를 던져준다.

전통적으로 교리는 하느님 흠숭과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성인들의 공경을 구별한다. 하느님께는 흠숭지례(欽崇之禮)를, 성인들에게는 공경지례(恭敬之禮)를, 성모 마리아에게는 상경지례(上敬之禮)를 드린다고 가르친다.

성경에서 드러난 마리아

구약성경에는 마리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구약성경이 지향하는 종말론적 희망은 메시아라는 인물에 집중돼 있으며 그 메시아는 여인 에와의 후손, 다윗의 후손, 우리 인간과 하나도 다름이 없는 한 여인으로부터 태어날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메시아와 더불어 메시아의 징표를 알려줄 어머니로서의 여인이 함께 드러나고 있다. 그 여인은 하느님께 성실한 이스라엘의 ‘남은 자’로서 ‘시온의 딸’이다. 그리스도를 출산하는 여인은 고통을 겪겠지만 메시아적 기쁨에 초대된 여인으로 구약성경에 나타나 있다.

신약성경의 마리아에 대한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마리아가 혈연적 의미에서 예수의 어머니라는 점이다. 이 사실은 그리스도 인성의 근거가 된다. 둘째 마리아는 믿음으로도 예수의 어머니가 된다. 십자가 아래서 마리아는 새로운 종말론적 가족관계 안에서 예수의 어머니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마리아에 대한 성경의 다양한 진술에서 성모 마리아를 예수 그리스도와 분리해서 설명하지 말아야 하며 그럴 수도 없다는 점이다.

마리아는 신앙의 차원에서 주님의 어머니요, 주님이 사랑하는 제자들의 어머니다. 이점이 믿는 자들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로 불릴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어머니 마리아

구약을 통해 예지됐으며 신약에서 드러난 마리아의 어머니 되심은 교부시대의 풍부한 신학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물론 초대 교부시대부터 지금까지 마리아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편견들은 끊이지 않았고 교회가 분열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리아가 아들 예수의 어머니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단순한 혈육의 관계를 넘어선 신앙의 어머니로서 마리아는 인간이 되신 하느님 육화의 신비를 실현한다. 또한 한 인간이 하느님 구원 계획의 절정에 불림을 받아 구원 역사 안에 깊이 동참했음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마리아의 신적 모성은 하느님의 주어진 소명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동참함으로써 모든 믿는 자들이 걸어가야 할 여정의 모범을 보여준다.

마리아는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를 낳고 세상에 그리스도를 전하는 교회의 예형이며, 교회가 실현해야 할 원형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로 부르기도 한다.

마리아가 누구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동정’, ‘성모’라는 단답. 하지만 실제로 마리아에 대한 우리의 단편적인 지식 안에는 무한히 깊은 성찰과 신학적 반성이 숨어있다. 우리들의 어머니 마리아는 삶을 통해 보여준 구원의 모범에로 당신의 자녀인 우리들을 초대하고 있다.


◎마리아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믿을 교리

성경·사도신경서‘동정녀’로 불러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

4세기 초부터 마리아는 ‘하느님의 모친’이란 칭호를 받는다. 이 호칭은 마리아에 대한 관심에서라기보다 그리스도에 대한 관심에서 부여된 것이다. 첫 5세기 동안 신학적으로 논란이 가장 많았던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하는 물음이었다. 이로 인해 예수의 신성과 인성에 대한 논란이 생기고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의 호칭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였던 네스토리우스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엄격히 구분하고 마리아는 ‘하느님의 모친’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모친’이라는 칭호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의 치릴로는 431년 에페소공의회에서 네스토리우스를 반박하는 12명제를 통해 그리스도는 하나의 위격을 가진 완전한 하느님이며 완전한 인간임을 밝히고 마리아 역시 참된 하느님의 모친임을 확인했으며 이는 교의로 선포됐다.

평생 동정 마리아

마리아의 ‘동정녀’라는 호칭은 이미 복음서 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사야 예언을 전하며 명확하게 동정녀이심을 밝히고 있으며(마태 1, 23 참조), 사도신경에도 마리아에게 동정녀란 칭호를 빠트리지 않고 있다.

교부들 역시 마리아의 동정에서 하느님의 신비를 읽었으며, 유스티노 성인은 마리아의 동정성이 예수님께서 바로 메시아임을 증명하는 증표로 이해했다. 이런 입장은 마침내 553년 제2차 콘스탄티노플공의회에서 선언됐으며 이후 공의회를 통해 반복해 천명됐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도 하느님의 어머니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낳았지만 완전한 동정성이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성화됐음을 확인했다.

원죄 없이 잉태된 마리아

원죄 없이 잉태되심에 대한 교의는 1854년 12월 8일 교황 비오 9세의 교서 ‘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에서 믿을 교리로 선포됐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교의의 출발점은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인간의 몸을 취하시고, 하느님의 성령께서 거주하시는 태중은 무죄하고 흠 없이 깨끗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교부들은 그리스도를 이해하고 선포하는데 도움을 주는 마리아의 탁월한 신앙과 성덕을 인식했다. 이레네오 성인은 이런 입장을 받아들여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중요한 협력자란 의미에서 마리아를 그리스도의 동반자라고 칭했다. 이후 둔스 스코투스는 마리아 원죄의 면제가 그리스도 구원의 보편적 중개 능력을 삭감한다는 중세 신학자들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며 마리아의 무죄성은 하느님의 은총이며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보편성을 오히려 돋보이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과 더불어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점차 ‘마리아 신심 시대’라 할 만큼 마리아 공경이 대중적으로 확산됐으며 이는 1854년 원죄 없이 잉태되심에 대한 교의 선포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늘에 올림을 받은 마리아

성모 승천에 대한 교의는 1950년 모든 성인 축일에 교황 비오 12세의 회칙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에서 믿을 교리로 선포됐다.

초대 교부들은 마리아가 죽기 전 하늘에 올랐음을 강조했으며 이후 전해지는 외경에서는 마리아의 승천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다.

6세기 전례에서는 예루살렘에서 ‘하느님의 어머니 기념일’, ‘마리아의 잠드심’, ‘마리아의 하늘에 오르심’ 축일이 거행됐다.

그 이후 많은 신학자들도 성모 승천에 관한 전승을 이어받았으며 성모 승천에 대한 호의적인 신학 분위기와 마리아에 대한 열렬한 신심,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교의 선포에 힘입어 ‘성모 승천’ 교의를 선포하도록 요청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성모 승천은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과는 구별된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을 능동적(Ascensio 올라감)으로 표현하고, 마리아의 승천은 수동적(Assumptio 올림을 받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revolej@catholictim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