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30주기 학술회의 참가
김형아 호주국립대 교수
"70년대 새마을운동이 한국인 국민성 바꿔…
경제기적 원동력 돼"
- ▲ 김형아 호주국립대 교수는“박정희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에게 불어넣은 것은 산업화뿐 아니라 민주화를 이루는 데도 기여했다”고 말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19일 연세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30주기 국제학술회의에서 가장 논쟁적 발표를 했던 학자는 김형아(59) 호주국립대 교수다. 김 교수는 이날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운동이 한국인의 국민성을 바꿨고, 경제기적의 원동력이 됐다"고 발표했다. 일부 진보 학자들에 의해 박정희 정권의 국민통제 수단쯤으로 비판받아온 새마을운동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원천이라는 주장이었다.
김 교수는 2005년에 출간한 《유신과 중화학공업―박정희의 양
날의 선택》(일조각)에서도 "박 대통령의 중화학공업 추진과 유
신체제는 한쪽 없이는 나머지 한쪽도 존립할 수 없는 '양날의 칼'이었다"면서 "유신이라는 독재체제가 없었으면 경제성장은 이뤄질 수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유신체제를 합리화하는 듯한 그의 주장은 당시에도 논란거리가 됐다.
1974년 유신체제를 견딜 수 없어 혼자 호주로 떠났다는 김 교수가 무엇 때문에 '박정희 시대'를 변호하고 나섰을까. 학술회의를 마친 20일 오후 김 교수를 만났다.
―박정희 대통령과 유신체제가 싫어서 한국을 떠났던 사람이 유신과 새마을운동을 옹호하다니, 아이러니다.
"박정희가 싫어서 한국을 떠난 것은 사실이고, 지금도 박정희 개인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를 연구하다 보니, 좋든 싫든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으로 한국인의 국민성을 바꿨다는 주장은 도발적이다.
"박정희 시대 이전, 한국인은 게으르고, 의타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인식을 스스로 했고 '엽전' '짚신'이라고 자신을 비하했다. 장준하·함석헌·한태연 같은 지식인들도 국민성을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는 국가 건설(Nation Building)을 하려면, 국민성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해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캠페인을 일으킨 것은 그 때문이다. 박정희는 국민에게 자신감과 불굴의 의지를 불어넣었다. 경제기적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지금 40~50대에게 새마을운동은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와 억지로 끌려나온 조기청소 정도로 기억된다. 위로부터 강제된 운동이라며 염증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새마을운동에는 흔히 역사가 그렇듯 양면성이 있다. 일부 지식인은 나쁜 점만 부각시킨다. 새마을운동은 초기에는 국가가 주도했지만, 대중들이 초가집이 바뀌고 마을길이 뚫리는 것을 보면서 신바람이 나서 참여했다. 박정희는 보다 나은 삶을 꿈꿨던 대중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이다."
―박정희 시대 산업화의 공로는 평가받을 만하지만 독재는 잘못된 것 아닌가.
"한국 학자들이 유신과 경제성장을 따로 보는데, 결국 이 둘은 '양날의 칼'이다. 누이가 공장에 가서 받은 월급으로 대학 공부를 마치고 성공한 뒤, 부모에게 왜 누이를 공장에 보냈느냐고 대드는 것과 비슷하다. 현실의 이면을 보지 않거나, 무시하면 안 된다."
―민주주의를 하면서도 산업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매우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어느 나라도 희생을 치르지 않고 산업화를 이룬 나라는 없었다. 박정희의 리더십은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과오보다는 성과가 컸다."
―박정희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박정희의 과오를 미화해서는 안 되지만, 그는 국가지도자로서 책임을 다했다. 산업화된 국가를 만드는 것이 그의 책임이었다. 일부 지식인들은 경쟁 지상주의, 지나친 개인주의가 박정희 개발독재의 후유증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30년 전에 죽은 박정희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박정희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이젠 그를 놓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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