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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이재무

십일월  /이재무  십일월은 의붓자식 같은 달이다.시월과 십이월 사이에 엉거주춤 껴서심란하고 어수선한 달이다.난방도 안 들어오고선뜻 내복 입기도 애매해서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이다.더러 가다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메인은 시월이나 십이월에 다 빼앗기고그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허드레 행사나 치르게 되는 달이다.괄호 같은 부록 같은 본문의 각주 같은산과 강에 깊게 쇄골이 드러나는 달이다.저녁 땅거미 혹은 어스름과 잘 어울리는십일월을 내 영혼의 별실로 삼으리라

이 한 편의 詩 2024.11.05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

수정이는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에게 이제는다정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엄마가 야속합니다.어렸을 적 아주 작은 것에도 아끼지 않았던엄마의 칭찬은 이제 기대할 수 없습니다.조금 잘해서 '이번에는 엄마를 기쁘게 할 수 있겠지.' 싶으면엄마는 다른 아이들은 어떤 지부터 묻습니다.우리 엄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죠?부모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말합니다."아이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부모,힘든 일이 있을 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부모가 되고 싶다."라고요.그래서 아이들에게 하루 중 부모님께가장 많이 듣는 말을 물었습니다.초등학교 2학년 생 "우리 이쁜이. 귀염둥이. 순둥이."초등학교 6학년 생 "휴대전화 좀 꺼."중학생 "공부해... 공부해!"학년이 높아질수록 부모님과의대화 시간은 줄었고, 부정적인 말은훨씬 더 많아졌습니..

東西古今 2024.11.05

서로이웃

이따금 옆집에서 강아지가 짖었어요얼굴 없는 그림자가 문밖에 서 있나요복도를 함께 쓰면서 바람을 공유했죠벨을 힘껏 눌러도 반응이 없더군요일면식 한 번도 없는 달력이 넘어가요어디선가 흘러나온 아나운서 일기예보내일의 날씨는 구름 가끔, 흐리다네요여전히 모르는 얼굴이 이웃 추가돼 있네요- 이송희, 시 ‘서로이웃’엘리베이터에서, 분리수거장에서흘깃, 혹은 웃음으로 마주치는 우리는 이웃입니다.인사를 해도 그만, 못 본 체 지나쳐도 그만,목례로 가볍게 스쳐도 그만인 우리는 이웃입니다.서로의 실체를 모르면서도 추가한 ‘서로이웃’, 클릭으로 해제하는‘서로이웃’과는 다른 그런 이웃.너무 속속들이 알아도 부담스러워서, 적당히 거리를 둔 이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