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시기의 은총/권태원 프란치스코 -
지금 나는 당신 안에서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습니다.
오로지 빈 손 빈 마음으로 당신 앞에 다시 왔습니다.
눈물이 강물처럼 흘러내릴 때
당신에게 하소연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나를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
인생의 절벽 앞에서 더 이상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을 때
당신 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죽음보다 더 갑갑한 상황에서 당신에게 기도하지 않고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오늘도 내 몸과 영혼을 당신에게 맡깁니다.
나보다도 더 많이 나를 사랑하시는 당신이여. 나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나보다도 더 많이 나를 알고 계시는 당신이여.
빛으로 오시는 당신의 사랑을 이제는 다시 놓치지 않겠습니다.
이슬 한 방울에도 내 목숨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당신 안의 나의 삶은 오직 당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어서 오셔서 당신의 문을 열어주십시오.
부끄러운 나의 죄를 깨끗이 씻어주십시오.
고마우신 당신의 이름을 첫노래로 봉헌하고 싶은 사순절의 아침입니다.
한 줄기 햇빛 속에서 당신의 사랑을 보고 있습니다.
내가 세상의 고통으로부터 상처받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위로해 주는 것은 당신의 평화입니다.
절망과 불안의 시간 속에서도 제일 먼저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당신의 아름다운 말씀입니다.
내 영혼을 당신에게 완전히 맡길 때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사순시기는 내적인 정화와 기도의 시간입니다.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음식과 시간을 절제하는 것입니다.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집안을 청소하듯이
내 영혼의 노폐물을 없애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순시기는 나의 가난과 질병을 당신 사랑의 빛으로 비추어보는 기회입니다.
당신을 더욱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을 허락받은 것입니다.
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으로 채워 주시는
당신의 침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내 안에 들어오시고,
내가 당신의 평화 속에 머무르고 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내 능력과 내 힘으로 이루고자 한 일은 하나도 성공하지 않았습니다.
금세 잡고 있던 물질과 명예도 손바닥 안의 물처럼 어느새 빠져나가고 없습니다.
나도 당신처럼 사순시기에는 지금보다 더 많이 기도하고 싶습니다.
기도하는 손은 아름답습니다. 기도하는 손은 열린 손입니다.
그 손에는 평화와 사랑이 시작됩니다.
내가 나를 열고, 당신 안에 존재하고 있을 때 나는 기도할 수 있습니다.
나는 바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사랑은 붙잡을 수 있습니다.
나의 하느님이시여.
당신 앞에 꿇어 엎드려서 간절하게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당신은 결코 하늘 저 너머에 계시지 않습니다.
당신을 가까이 모시고자 하는 나의 가슴에 오늘 하루도 확실히 계십니다.
당신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이 세 가지를 통하여
나의 영혼은 당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바라보는 것은 내 눈이 아니라 내 마음입니다.
나의 중심에서 세상의 먼지를 제거할 때 당신을 만나게 됩니다.
사랑이여, 사랑이여.
♬~ 남택상 (TS Nam)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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