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nor(莊園)

조용하고 거룩한 부르심

뚜르(Tours) 2011. 1. 22. 23:50

 

조용하고 거룩한 부르심 성 아우구스티노는 그의 고백록 10권 27장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당신 안에 있지 않으면 존재조차 없을 것들이 이 몸을 붙들고 임에게서 멀리 했나이다. 부르시고 지르시는 소리로 절벽이던 내 귀를 트이시고, 비추시고 밝히사 눈멀음을 쫓으시니 향내음 풍기실 제 나는 맡고 임 그리며, 임 한 번 맛본 뒤로 기갈도 느끼옵고, 임이 한 번 만지심에 끝없는 기쁨에 마음이 살리나이다.” 이 고백의 뜻은 이제 와서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시고 나를 밝혀주신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내 안에 계시고 나를 찾으시고 부르시고 소리를 지르시고 그리고 빛으로써 내 눈을 밝혀주시는 그 하느님의 계심을 늦게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2000년 대희년 8월부터 본당에서 시작한 성령쇄신 봉사자의 길을 뒤돌아 보면,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게 됩니다. 성령세미나를 받고 반포성당 성령기도회 초대 회장으로 뽑히면서 시작한 봉사자의 삶이 어언 10년이 되었습니다. 2000년 9월부터 12지구 철야기도회에 첫발을 디딘 뒤, 지구 부회장, 지구 회장, 교구 교육부장, 교구철야기도회 부회장, 철야기도회 회장을 거쳐 2008년 12월부터 교구회장으로 봉사한 이 10년 동안, 저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철야기도회 봉사를 했습니다. 삶의 고통 속에서 밤 새워 부르짖어 기도하는 그곳으로 저를 부르셨습니다. 낮아지라고, 고통과 은총의 본질을 깨달으라고, 그래서 네 자신을 믿지 말고, 거룩한 당신께 의지하라고 저를 부르셨음을 믿습니다. 그 부르심은 하느님께서 계획하셨기에 임기를 마치는 이 순간까지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서울대교구성령쇄신봉사회 제16대 교구회장의 임기를 마치며 다시 한 번 하느님의 부르시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부르심은 세상을 구원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모든 사람을 도와주라는 부르심이 아니라, 내 가정에서, 나의 일터에서,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나만의 고유한 부르심으로 받아들입니다. 나만의 고유한 부르심이 무엇인지 명백히 볼 수 있게 하여 주시고, 또한 그 부르심을 믿음으로 굳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시라고 하느님께 계속 기도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조용하고 거룩한 부르심이 저에게 부어주시는 거룩한 분의 은총임을 분명하게 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저에게 부어주신 봉사자 여러분들의 사랑과 헌신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과의 만남에서 부족하지만 제가 이토록 변화되었고, 봉사자로서의 영예를 누리게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서울대교구성령쇄신봉사회의 진정한 발전은 공정한 공동체(Fair Community) 로 거듭남에 있음을 믿으며, 끝으로 제가 존경하는 토마스 머튼 신부님의 ‘침묵의 소중함’이란 글을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침묵의 소중함 침묵은 양선함입니다. 마음이 상했지만 답변하지 않을 때 내 명예에 대한 방어를 온전히 하느님께 맡겨 드릴 때 바로 침묵은 ‘양선함’입니다. 침묵은 자비입니다. 형제들의 잘못을 드러내지 않을 때 지난 과거를 들추지 않고 용서할 때 판단하지 않고 마음 속 깊이 변호해 줄 때 바로 침묵은 ‘자비’입니다. 침묵은 인내입니다. 불평 없이 고통을 당할 때 사람의 위로를 찾지 않을 때 서두르지 않고 씨가 천천히 싹트는 것을 기다릴 때 바로 침묵은 ‘인내’입니다. 침묵은 겸손입니다. 형제들이 유명해지도록 입을 다물 때 하느님의 능력의 선물이 감추어졌을 때도 내 행동이 나쁘게 평가되든 어떻게 되던 내버려둘 때도 바로 침묵은 ‘겸손’입니다. 침묵은 믿음입니다. 그분이 행하도록 침묵할 때 주님의 현존 안에 있기 위해 세상 소리와 소음을 피할 때 그분이 아시는 것만으로 충분하기에 사람의 위로를 찾지 않을 때 바로 침묵은 ‘믿음’입니다. 침묵은 흠숭[欽崇]입니다. “왜”라고 묻지 않고 십자가를 포옹할 때 바로 침묵은 ‘흠숭’입니다. 그분만이 내 마음을 이해하시면 족하기에 인간의 이해를 찾지 않고 그분의 위로를 갈망할 때 십자가의 침묵처럼 잠잠히 그 분의 뜻에 모든 것 을 맡길 때 침묵은 ‘기도’입니다. 2011. 01. 22. Mart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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