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과 소련붕괴를 미리 봤던 사나이.
그는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의 인생 역시 한 편의 시나리오다.
유대계 헝가리인이었던 그의 부모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
임산부였던 그의 어머니는 1945년 그 곳에서 슈워츠를 낳았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죽어 나가는 모진 곳에서 그의 부모는 살아 남아, 6년 후인 1951년 어린 아들과 함께 미국행 배에 몸을 실었다.
‘기회의 땅’에서 소년은 수학과 과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줄곧 우주 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결국 렌셀러폴리테크닉대학(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에서 우주항행학(aeronautics)을 전공, 아폴로 계획에 로켓 엔지니어로 참여한다.
소년시절의 꿈을 이룬 그의 눈은 우주를 벗어나 먼 미래로 향한다.
SRI인터내셔널과 쉘(Shell)을 거치며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1988년,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 등과 함께 글로벌비즈니스네트워크(GBN)를 설립한다.
그는 오늘도 많은 기업과 국가들을 위해, 끊임없이 미래를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미래를 향한 그만의 최고의 무기는 뭘까.
그에게 묻자 “긍정의 힘”이라는 의외로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긍정의 힘을 믿었습니다.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은 채 유대인 수용소에서 태어난 나는 오늘 벤츠 승용차를 몰고, 몇백만 달러짜리 집에서 삽니다.
결국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어디서든, 어떻게든 살아 남아요. 그리고 성공합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가 제시하는 인류의 미래 시나리오 몇 편을 들어봤다.
과연 이 중 어떤 시나리오가 ‘적중’하게 될까?
■ 시나리오2. 최악의 상황은 전쟁·보호무역·기상이변
―그렇다면, 오늘날 세계적인 안보 상황은 어떤가요?
“지금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정확히 100년 전인 1907년으로 돌아가보죠.
당시 세계적으로 비행기·자동차·전화기·전기 등 수많은 신기술들이 발명됐죠.
혁신과 더불어 국제 교류의 증가에 따라 세계 통합이 오는 듯했죠.
하지만 곧 두 번의 세계대전이 터지고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2007년.
상황이 100년 전과 비슷합니다.
인터넷·휴대전화·태양 에너지 기술·바이오 신약 등 신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세계화 흐름은 급물살을 타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또 다시 이러한 호황을 뒤엎을 수도 있습니다.”
―호황을 뒤엎을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어디에 존재하나요?
“오늘날 최대 리스크는 전쟁이나 보호무역주의입니다.
그리고 이 둘은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가 곧 전쟁을 불러오기 때문이죠.
내 머리 속에 있는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는 각각 통합과 분할(fragmentation)을 주제로 합니다.
20세기를 보죠.
20세기 처음 50년은 분할, 나머지 후반부는 통합의 역사였습니다.
세계가 끊임없이 경제 통합의 길을 걷는다면,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분할되기 시작한다면, 많은 이슈들이 봇물처럼 터질 겁니다.”
―세계 통합이 결국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이제, 경제적인 발전은 자원에 기대는 게 아니라 인재들의 두뇌에 기대고 있습니다.
남의 것을 빼앗아 차지하는 게 더 이상 중요한 이슈가 아니에요.
그 대신 혁신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거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나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머리를 맞댈 때 떠오를 가능성이 더 높아요.
오늘날 세계 경제는 정보와 지식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질수록, 전체적으로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은 뭘까요?
“일단 나는 국내 정치가 세계화에 해(害)가 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합니다.
이를테면 미국 디트로이트시 의원이 ‘이제 자동차 수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할 수도 있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원이 ‘동남아시아산 섬유 수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죠.
표심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의 오판은 세계화에 상처를 낼 수 있습니다.”
―그 외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있다면?
“단연, 환경 문제와 세계적인 전염병 문제죠.
이를 테면 조류 독감과 같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덮쳤을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행과 해외 비즈니스 출장을 포기했는지 목격했어요.
‘물’과 관련된 재앙도 문제입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최근 20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매우 심한 장마(monsoon)로 인해 자신의 주거지에서 쫓겨났어요.
개인적으로 나는 방글라데시가 한 나라로서 수명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상에서 이 나라는 곧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해수면이 조금만 높아지면, 방글라데시는 불모지가 될 겁니다.
1억6000만 명의 사람들이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뜻이겠죠.
이 사람들이 대규모 이동을 시작한다면, 그 주변 지역이 혼란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이제호 /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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