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는 분업을 통한 전문화가 인류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분업의 결과, 인류의 대다수가 한두 가지의 단순작업을 하면서 생애를 보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문화의 빛과 그늘을 정확하게 간파한 것이다.
전문화가 가능하기 위한 전재조건은 시장의 존재다.
시장을 통한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는 큰 가치를 갖지 못하는 재화와 서비스, 인간의 능력들이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는다.
치타는 가젤을 사냥하기 위한 전문화에 성공한 사례다.
가젤은 개체수가 매우 많다.
치타 입장에서는 가젤만 잡아먹고 살 수 있다면 다른 사냥감들을 거들떠보지 않아도 된다.
속도가 빠른 가젤을 사냥하기 위해 치타는 다른 많은 것을 포기했다.
턱과 어깨의 힘도 가젤을 잡기에 적합한 정도로만 유지했다.
순간속도는 빠르지만 지구력이 부족해 장시간 뛰지 못한다.
그 결과 치타는 가젤보다 더 큰 사냥감은 아예 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됐다.
초원을 떠나 밀림이나 사막에서는 생존할 수도 없다.
어떤 이유로 초원의 생태조건이 크게 변해서 가젤들의 몸집이 더 커지거나 빨라지면 치타는 살아남기 힘들지도 모른다.
반면 하이에나의 사냥 대상은 아주 큰 초식동물에서부터 작은 동물, 심지어 썩은 고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자나 치타와도 먹이 경쟁을 하고 물고기나 갑각류까지 먹는다.
서식지는 아주 넓게 분포하고 멸종의 위험도 치타보다 적은 편이다.
전문화는 현 생태의 환경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생존방식일 수 있지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비극적인 결말로 흐르기도 한다.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전문화의 빛과 그늘을 잘 간파해야 한다.
전문화를 통해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율성은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최적 상태에 도전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부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적인 게으름이 장려돼야 한다.
즉, 조직 구성원의 일부는 항상 제3자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현재 체계에서의 효율 극대화와 관계없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치타의 사회에서 가젤을 더 잘 사냥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 추구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젤이 곧 초원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므로 두더지나 쥐를 잡거나 개미를 먹어보겠다며 ’딴짓’을 하는 치타에게 먹이를 일부 나눠줘야 한다는 얘기다.
정현천 / SK에너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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