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성지를 찾아서
예전엔 담박골이라 불리우던 곳
들어오는 길은 한 길,
뒤에는 험준한 산이 가로막아
박해자들을 피해 살기 좋은 교우촌 수리산 성지를 찾았습니다.
충청도 청양에서 살던 최경환 프란치스코와 이성례 마리아는
신앙의 삶을 위해 부평초처럼 이곳저곳을 유랑하다
큰아들 양업은 마카오 신학교로 유학을 보내고
이곳 수리산자락 담박골에 정착해 다섯 아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1839년에 일어난 기해 박해 때에 최경환 프란치스코는 옥중에서,
이성례 마리아는 당고개에서 순교하셨습니다.
그분들이 사시던 곳에 조그마하지만, 아담하고 아름다운 성전(고택 성당)이 세워졌습니다.
고택 성당 건너편 개울을 건너 십자가의 길을 따라 가파르게 오르면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의 묘가 있습니다.
박해자들이 잡으러 오자 따뜻히 맞이하고 융숭한 대접을 하고
교우 40여 명을 이끌고 한양으로 잡혀 가면서도 당당했던 분이었습니다.
고택 성당 입구에 서 있는 성 가정상처럼,
최경환 프란치스코, 이성례 마리아, 그리고 옥중에서 굶어 죽은 막내 스테파노도
하느님 나라에서 저렇듯 함께 계시리라 믿습니다.
성지 순례를 마치고 마침 말복이어서
소박한 음식점에 들러 오리 불고기로 포식을 했습니다.
영혼과 육신이 풍요로운 하루였습니다.
아름다운 기도회 봉사자들과 함께 한 행복한 하루를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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