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잘 익은 사람
성현께서 고향을 방문한다는 전갈이 왔다.
고을 전체가 들먹였다.
도지사..군수..면장..경찰서장..종교 성직자들 이름 석 자
날리는 사람들...빽빽히 몰려들고,
큰 성현을 보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드디어 마을 어귀에 성현의 일행이 나타났다.
일산(日傘: 해가리개) 아래의 성현은 먼 발치에서 보아도
덕성이 풍부하고 인자함이 엿보였다.
모든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라고 예의를 표하였다.
이때,
한 노파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성현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이렇게 소리쳤다.
"야, 너 아랫마을 개똥이구나?
큰 어른이 온다고 해서 얼굴 보려고 나왔더니 바로 너란 말이냐.
어려서 공부도 못하고, 콧물 질질 흘리던 네가 큰
어른이라니 괜히 나왔구나. 깔깔깔...."
장내는 순식간에 썰렁한 분위기로 바뀌고 도지사를 비롯한
유지들이 성현을 향해 죄송해서 몸 둘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역시다.
큰 어른은 어디가 달라도 달랐다.
"여러분은 나를 환대하고 받들고 있지만,
나를 이렇게 만든 분이 바로 이 할머니입니다.
내가 어릴 적....
코 흘리지 말라고 야단치시고, 공부 잘하라고 늘 꾸짖어 주시고
배 곯지 않았냐며 누렁지를 한 웅큼 쥐어 주시곤 했습니다.
이 할머니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는 것이지요."
걸음을 독촉하여, 그 할머니를 향해 큰 절을 올린 성현은
할머니를 등에 업고 사람들 사이를 한 바퀴 돌면서
"할머님 몸이 새털 보다 가볍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광경을 지켜 본 사람들은 성현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과연 큰 어른이다' 라며
일제히 경의를 표했다.
출세하였다 하여,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거들먹거리고 과시욕이 발동하여
눈쌀을 지프리게 하는 일이 많음을 보면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만 쭉정이는 고개를 바싹 쳐들고
조그마한 바람에도 '바사삭' 소리를 내면서
주위를 산만하게 만든다.
나는 잘 익은 벼이삭 인가
나는 속이 빈 쭉정이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