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샘물

사순절에 읽는 토빗 이야기

뚜르(Tours) 2012. 4. 7. 23:04

사순절에 읽는 토빗 이야기 / 안드레아 슈바르츠 지음, 현대일 옮김


천사와 함께 걷는 희망의 길


+ 묵상 전 기도
천상 스승이신 예수님,
당신이 제 안에 현존하여 계심을 굳게 믿습니다.
마음을 다해 당신을 흠숭하며,
지극히 높은 선이신 당신 앞에
겸손되이 비오니,
저의 지성을 비추시고 마음을 움직이시어
이 묵상에서 좋은 결실을 얻도록 은총을 주소서.


마흔째 날

성토요일

라파엘이 말하였다. "너희가 본 대로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너희는 환시를
보았을 뿐이다. 이제 이 세상에서 주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자, 나
는 나를 파견하신 분께 올라 간다. 너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해 두어라."
그러고 나서 라파엘은 올라갔다.(토빗 12,19-20)
                



      
라파엘은 작별 인사를 시작합니다. 그는 다시 한 번 '천사의 특성'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는 다만 '환시'였을 뿐입니다.  그가 인간에게 '내려왔듯이' 이제 다시 하느님께, 그
를 파견하셨던 하느님께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가 강조하여 말하는 지시, 다시 말해 일
어난 모든 일을 기록하라는 지시는 어쩐지 의미심장합니다.
성토요일은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있는 날입니다. 무엇인가가 끝이 났지만 새로운 것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직 죽음 가운데 있습니다. 그래서 부활을 아직 느
끼지 못합니다. 격언에서 말하듯이, '한쪽 강변에서 이미 출발은 했는데, 다른 쪽 강변
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이미와 아직 사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빨리 서둘러 채워져서는 안 되는
공허와 침묵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공허와 침묵을 충분히 견디어 낼 때 비로소 넘어감
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이별이 필요합니다. 삶을 
위해서는 죽음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 넘어감을 견디어 낼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이미와 아직 사이'를 살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이 모든 것을 기록하라는 천사의 지시는 그리 나쁜 것 같지 않습니다. 기록할 때 '안
으로 받은 인상들'이 '밖으로 표출'됩니다. 그 인상들을 정리함으로써 마침내 더 이상
생각으로만 맴돌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에 대하여 기록하는 것은 유익합니다. 
복음서들도 그렇게 해서 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에서 엄청난 인
상을 받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고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
서 그들은 그 인상을 각각 자신들의 고유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것을 기록하십시오. 내가 받은 인상이 밖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무엇이 일어났던가를 기억하고 당시의 느낌과 생각을 기억할 수 있도록,  그리고 후대
사람들과,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을 위해, 그들이 그런 일에 마음을 열도
록 기록하십시오.
이것이 아마 오늘의 초대일 것입니다. 성토요일은 청소하고 '부활 성찬을 위해 미리
음식을 장만하는' 날이 아니라, 넘어감의 날로 지내야 합니다. 무엇인가를 쓰든, 무
엇인가를 듣든, 음악을 함께 연주하든, 산책을 하든 상관없이… .
            
   
+ 묵상 후 기도
스승 예수님, 이 묵상 동안에
내려주신 당신의 빛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그동안에 있었던 부족함을 용서하소서.
저의 결심을 당신께 바치오니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은총을 주소서.
+ 수호천사께 드리는 기도
저를 지켜 주시는 수호천사님,
인자하신 주님께서 저를 당신께 맡기셨으니,
저를 비추시고 지켜주시며, 인도하시고, 다스리소서. 아멘.
- 바오로가족기도서(성바오로,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