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상 전 기도
천상 스승이신 예수님,
당신이 제 안에 현존하여 계심을 굳게 믿습니다.
마음을 다해 당신을 흠숭하며,
지극히 높은 선이신 당신 앞에
겸손되이 비오니,
저의 지성을 비추시고 마음을 움직이시어
이 묵상에서 좋은 결실을 얻도록 은총을 주소서.
서른일곱째 날
성주간 수요일
라파엘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선을 행하여라. 그러면 악이 너희에게 닥치지 않을
것이다. 진실한 기도와 의로운 자선은 부정한 재물보다 낫다. 금을 쌓아두는 것보
다 자선을 베푸는 것이 낫다.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 준다. 자선을 베푸는 이들은 충만한 삶을 누린다. 그러나 죄와 불의를 저지르
는 자들은 바로 저희 자신에게 원수가 된다." (토빗 12,7ㄴ-10)
참으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이 여행 안내인으로 '고용했던'
이가 지금 조언을 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토빗과 토비야는 아직 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면서도, 그가 그럴 만한 권위를 가졌다고 인정하는 듯합니다.
독자는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의 정체를 압니다. 그리고 천사가 인간에게 충고
할 때는 그것을 귀담아 듣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도 압니다.
선을 행하여라, 선이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다! 본질적인 것을 생각하라! 상대방의 것
은 상대방에게 주면서 그와 함께 또한 너의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라.
자비를 행하여라! 너희 마음이 돌처럼 굳어져 위선으로 가득차게 하지 말고, 함께 웃
고 함께 울어라.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라. 자비를 행하여라. 너희가 그런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마음을 쓸 수 있기를!
그러나 이 단락에서 무엇보다 마지막 문장이 와 닿습니다. "죄와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은 바로 저희 자신에게 원수가 된다."
이는 죄에 대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 다른 이해입니다. 사순절은 죄와
회개와 연관되는 시기입니다.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이런
죄와 회개에 대해 자주 잘못 이해합니다. 죄는 '군것질을 세 번 했다.'거나, '음란
한 생각을 두 번 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죄란 바로 나 자신의 삶을 살지 않은 것
입니다.
죄는 내가 생각한 대로 살지 않는 것, 살고자 했던 내 이상적 삶을 살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내 삶을 거슬러, 내 생동감과는 반대로 나를 끌고 가는 것, 잘못된 길로
방향을 잡는 것, 길을 잃게 하는 것입니다. 죄는 하느님 자녀로서의 자유를 실현하
지 못한 것, 나 자신을 전적으로 내 욕구와 이익, 기대의 감옥에 가두는 것입니다.
"죄와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은 바로 저희 자신에게 원수가 된다."는 말은 이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죄는 나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이다."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이전에 죄라고 여기던 것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 말
전체를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죄',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
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입니다. 자유를 누리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동감 있는
나의 가능성을 온전히 사용하지 않고 좌절해 버린 것을 의미합니다. 죄는 참다운
삶의 적입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살지 않고 그 의무에서 벗어 나려 한다면 그것이
바로 죄를 짓는 것입니다.
나는 언제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내가 생각한 대로 살지 못하여 죄를 지었습니까?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좌절했습니까?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중에서 하느님께서 변화시켜 주시도록 하느님 앞에
가져갈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가져가야 할까요?
+ 묵상 후 기도
스승 예수님, 이 묵상 동안에
내려주신 당신의 빛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그동안에 있었던 부족함을 용서하소서.
저의 결심을 당신께 바치오니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은총을 주소서.
+ 수호천사께 드리는 기도
저를 지켜 주시는 수호천사님,
인자하신 주님께서 저를 당신께 맡기셨으니,
저를 비추시고 지켜주시며, 인도하시고, 다스리소서. 아멘.
- 바오로가족기도서(성바오로,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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