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군중(群衆),‘목소리 큰 자’가 '권력'(power)의 자리에 올라선 나라인가?

뚜르(Tours) 2012. 4. 21. 11:38

군중(群衆),‘목소리 큰 자’가 '권력'(power)의 자리에 올라선 나라인가?

 

‘권력’(power)의 주체는 누구인가?    옛날에는 ‘군주’였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쓰기도 했다.  그는 군주가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몰인정, 잔인, 권모술수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군주나 대통령이나 어떤 형태의 통치자의 자리도 더 이상 ‘권력’의 주체나 ‘소스’(source)의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인류사회에는 여러 가지 ‘힘’들이 ‘권력’(power)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우선 ‘돈’(mammon)이 ‘권력’(power)의 자리에 앉기도 한다. 그래서 “돈이 말한다”는 식으로 ‘황금만능 주의’도 생겨난다. 옛날에는 ‘육체의 힘’도 강한 힘을 발휘했었다.  ‘항우장사’ 같은 힘이 센 자가 상대를 때려눕히고 권력의 자리에 앉기도 했었다. ‘총칼’도 권력이다. ‘총칼’로 무찌르고 권력의 자리에 앉기도 한다.

 

   ‘총칼’이 완전하게 권력의 주체 및 ‘소스’가 된 사회가 북한이다. 모택동이 말한 “권력은 총구 에서 나온다”는 것을, ‘선군정치’라는 이름의 통치철학으로 만들어 무자비한 권력을 휘두르는 사회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민생탐방 같은 것은 전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군부대만 계속 방문하면서 군의 충성을 결집시키고 있다.

 

   말(연설)도 하나의 힘이다.  데모스테네스는 그의 뛰어난 연설의 힘으로 아테네를 마케도니아로부터 막아내고 국민을 단합시키기도 했다.  과거 중세 암흑시대나, 이슬람 국가 같은 데서는 ‘종교’가 권력이다. ‘신’의 이름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춤을 춘다.

 

   현대의 ‘언론 자유’의 사회에서는 ‘언론’이 ‘권력’(power)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언론은 대통령의(닉슨의 경우같이) 자리도 바꾸는 힘을 발휘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법’이 권력이 된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법을 만들어도, 혹은 대통령이 ‘시행령’을 내려도, 대법원의 법관들이 얼마든지 그것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대한민국의 64년 역사에서 ‘권력’의 자리는 어떻게 변해 왔는가?  민주주의의 훈련과 경험이 없던, 제1공화국에서는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대통령이 명령만 내리면 그대로 시행되었다. 짧은 제2공화국은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권력의 공백기’였다. 그러다가 제 3공화국이 ‘총칼’의 힘으로 세워졌다.  그때는 ‘총칼’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권력은, 물론 남용도 있었지만, 국가재건, 민족중흥, 국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한 경제발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 소위 ‘민주화’ 시대가 되면서, 대통령의 자리는, ‘권위’의 자리에서, ‘욕먹고, 조롱’당하고, 초등학교 학생까지도 ‘우습게 보는’ 이상한 자리로 추락하였다. 그뿐 아니라 행정, 입법, 사법부의 ‘권위’의 자리도 이제는 모두 그 ‘권위’를 상실하고, 국민의 ‘눈치’나 보는 위치로 전락하였다.

 

   이제 대한민국은 ‘국민’이 권력의 자리에 앉는 시대가 되었다. 정치권도 국민에게 잘 보이려 하고, ‘아부’하는 시대가 되었다. 국가의 재정이 파탄 나도 국민에게 무조건 더 ‘퍼주려고’ 안달들을 한다.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별 짓을 다한다.  국민은 이제 ‘에헴’하고 큰기침하면서, ‘내말 안 들으면 목 처벌일거야!’ 큰소리 친다. 대한민국은 이제 가히 ‘주권재민’(主權在民)시대가 활짝 열린 것인가?

 

   그런대 한국의 현 사회 현상을 살펴보면, 그것은 ‘민주주의’ 원론이 말하는 ‘주권재민’의 실현이라고 치켜세우기는 어려운 것 같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참되고 올바른 ‘주권재민’의 현상이 아니다.  왜곡되고 잘못된 ‘권력 횡포’가 국민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과격한, 혹은 잘못된, 목소리 큰 자들, 억지 부리는 자들, 무조건 떼쓰는 자들, 데모하는 ‘군중' (群衆)이 ‘국민’의 이름을 빌려 횡포를 부리며 권력을 부리고 있다.  미순, 효순 사건 때의 촛불데모의 군중, 광우병 파동 때의 촛불 군중, 그들은 결코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자들이 아니지만, 국민의 이름으로 그때 무제한의 권력을 휘둘렀다.  공권력이 무력화되고, 국가의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정부’의 힘을 거의 마비시켰었다.  대통령도 손 놓고,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아침이슬’이나 흥얼거리며 그들의 눈치나 보았다.  그 촛불 군중은 그때부터 이명박 정권을 ‘중풍’화 되게 만들었다.

 

 ‘노조’라는 ‘군중’이 모여 불법데모를 해도, 경찰을 두들겨 패도, 크레인 고공농성을 불법으로 자행해도, 처벌을 못하는 ‘군중 권력’의 시대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국체를 부인하며 애국가도 안 부르고, 태극기 계양도 안 하는, 북한 노동당, 제2중대 격인 종북정당에 ‘군중’이 있다고 해서, 국고보조를 주며 버젓이 활개 치게 하고 있다.

 

   국익 차원의 한미 FTA협정도, 해양주권수호, 국가안보에 가장 중요한 해군기지건설도 어떤 ‘군중’이 국민의 이름으로 큰소리치며, 위법적인 데모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국회에서 해머를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하고, 최루탄을 터뜨려도, 그 뒤에 ‘군중’이 있으므로 처벌할 수가 없다.  성폭력적 표현, 포르노 수준의 막말, 기독교 모독의 말을 인터넷 방송에서 떠들어도 그 뒤에 군중이 있으므로 후보직을 사퇴시킬 수 없었다. 오히려 그를 지지하는 군중이 광장에 모여 지지데모를 하며 군중의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었다. ‘노원갑’에서 그를 지지하는 44%의 군중이 있는 한 그의 엽기적 언행은 계속될지 모른다.

 

   이제는 사이버 공간 혹은 SNS 라는 광장을 지배하는 자가 최대의 ‘파워’를 갖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SNS 에 연결되어 있는 ‘군중’들은, 그들을 조종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의 지시대로, 상식, 판단력을 잃고, 그 파워에 추종 당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워게임’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과연 ‘주권재민’의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주권재민’ 실현의 ‘핵심’인 '선거',  4,11 총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도 여러 가지 ‘부정’과 ‘네거티브’ ’흑색선전’ 등이 판을 쳤지만, 그러나 한국의 국민 수준이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 된 것을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국민수준’이 더 높아져야 한다. 국민의 의식이 더 깨어야 한다.  ‘사기성’선동적 ‘말장난’ 공약에 현혹되지 않는 바른 판단력, ‘각성’이 있어야 한다. ‘병든 사회’가 아니라, 건전한 민주주의 사회에 훈련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수준이 높아져서, 무조건 ‘군중(群衆)’이 모이면 ‘힘’이 되는, 그런 ‘우중(愚衆)’ 사회가 되지 말아야 한다. 또 목소리 높다고 해서, 떼쓴다고 해서, 그것이 ‘힘’이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군중 정치’가 아니라, 여전히 ‘대의 정치’이다. ‘대의원’으로 선출된 선량들의 사명감이 그만큼 막중한 것이다.

 

   뉴욕에서 시작된 ‘Occupy’(점령) 군중 데모를 보라. 처음에는 요원의 불길같이 전국 도시로 퍼져나갔었다.  그러나 거기 아무리 많은 군중이 모였었어도, 그것은 ‘떼쓰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결국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 사라져 버렸다.

 

   바른 민주주의에 훈련되고, 상식이 통하고, 국민 의식이 깨인 곳에서는 ‘군중’이 곧 무조건 ‘힘’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교육, 이대로는 안 된다.  누군가가 그룬트비히같이 교육 혁명을 일으켜 ‘국민의식’이 개조되고, 각성되고, 국민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 장래에 희망이 있게 될 것이다.



                         김택규의 <세상보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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