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부자, 지도층의 솔선수범

뚜르(Tours) 2012. 11. 3. 00:32

‘누군가가 부자이기 때문에 또 다른 어떤 이가 가난하다’
‘누군가가 건강하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가 아프다’
‘누군가가 지식이 많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의 지식이 빈약하다’


평등주의가 강하고, 전반적으로 기득권에 대한 혐오 현상이 팽배한 한국인들은,
건강과 지식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지만 부자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에디슨이 부자가 된 까닭에 누군가가 빈곤해졌는가?
빌게이츠가 부자가 된 까닭에 누가 가난해졌을까?
그렇지 않다.


기업이나 개인은 일시적으로 곤란에 처해지기도 하지만
사회적 총부(總富)는 분명히 증가하며 사람들의 경제생활은 분명히 윤택해졌다.
시장에서 고립된 사람이나 집단, 국가는, 발전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가 위협당하는 지경에 처하게 된다.
반면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총부는 분명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그런데도 왜 부자는 불신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존경 받는 부자’의 문제가 중요하다.


자동차 경주의 황제인 미하엘 슈마허는 스포츠 갑부지만, 여느 부자들과 다른 행동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5년 역대 최연소 챔피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7차례나 우승한 슈마허는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스타다.
동남아시아 쓰나미(지진해일) 피해 구호에 1000만달러(약 105억원)를 쾌척,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개인 기부로는 최고액이었다.
지난 10여년간 유네스코 대사로 제3세계 어린이 구호활동에 앞장섰던 그는
어린이 자선기금으로 100만파운드를 기부했다.
그렇게 돈이 많은 그가 딸 마리아와 아들 믹에게는, 1주일에 단 2유로(약 2600원)만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마허는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부자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회사를 세워 막대한 부를 쌓은 록펠러는,
성공한 뒤에도 가난했던 과거를 잊지 않고 값싼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다반사였고 점심식사 메뉴는 늘 로스트비프와 포테이토였다.
이렇게 한 끼 점심값으로 지불되는 돈은 음식값 35센트와 웨이터 팁 15센트가 전부였다.
어느 날 웨이터가 가져온 계산서에 식사 대금이 45센트로 잘못 적혀 있었다.
당장 록펠러는 웨이터를 불러 요금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35센트로 고쳐진 계산서를 다시 받았다.
그리고 음식점을 나오면서 웨이터에게 5센트만 주었다.
기분이 상한 웨이터는 이렇게 말했다.
“엄청난 부자면서 정말 구두쇠십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록펠러는 웨이터에게 훈계하듯이 말했다.
“만일 자네에게 10센트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걸세."
록펠러는 구두쇠여서 팁을 적게 준 것이 아니라,
그 웨이터에게 돈의 소중함을 가르쳐 줄 목적으로 일부러 그랬던 것이다.
10센트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을 만큼 자신에게는 인색했지만, 쓸 데는 과감하게 쓸 줄 알았던 록펠러였기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성공 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로마 전투병은 기병대와 보병대로 구성되었는데
전투시에 기병대 사망률이 보병에 비해 세 배나 높았으나
로마 귀족들은 의무적으로 대부분 기병대에 배속되었다.
전쟁이 일어나 전비가 부족하면 전시 국채를 모두 귀족들이 매입하여, 평민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았다.
로마 귀족들이 평민에 비해 많은 특권을 누렸으면서도 평민들이 별다른 불만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귀족들이 이처럼 솔선수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국 지도층 자녀들이 대부분인 이튼칼리지 졸업생 중 2000여 명이 1ㆍ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하였다.


이렇게 지도층의 희생과 솔선수범이 있는 나라들은 역사에서나 현실에서 강한 나라가 되었다. 근대사회는 부르주아가 주도해서 개척했다. 그들에게도 이런 저런 문제가 있었지만,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몸을 던져 투쟁했으며 죽음도 불사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자랑할 만한 역사가 적다.
특히 존경 받을 만한 경험은 일천하다.
지도자와 부자들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지도자와 부자들이 나서서 푸는 것이 가장 좋다.
한국의 지도자들이여!
한국의 부자들이여!
도덕과 청부(淸富)의 모범을 보이고 실천하자.

 

/박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