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아버지

뚜르(Tours) 2012. 11. 21. 00:01

코흘리개 시절,
나는 병 우유를 너무나 좋아했다.
아버지는 출근할 때마다
병 우유를 하나씩 사 주셨다.

어려운 살림 탓에 먹을거리가 늘 부족했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우유를 주는 일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으셨다.

얼마 전,
아버지 생신을 맞아 오랜만에 식구들이 모두 모여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님이 어린 시절 제가 마시던
병 우유에 대한 사연을 말해 주었다.

아침 마다 아버지가 사 주시던 우유는
사실 아버지의 출근 교통비와 맞바꾼 것이었다.
버스를 탈 수 없기에
서둘러 일찍 일어나 걸어가셨던 것이다.

"막내 우유 사 주는 게 내겐 행복이고 즐거움이었어.
좋아하는 막내의 모습이 하루를 견딜 수 있는 힘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따뜻한 외투 한 벌조차 없던
가난한 살림이었다.
아버지의 출근길이 얼마나 추웠을지 생각하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 배홍식 님-




요즘, 모 방송국의

'내 딸 서영이'란

주말드라마를 4,50대 중년 남성들이

많이 본다네요...

드라마 한 중간에

몰락한 아버지가 자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비록 노름과 도박으로 젊은 시절 가족을 돌보지 않던

아버지이지만

아내를 잃고 뒤늦게 개과천선하여 열심히 살아가려는

아버지의 모습,

딸자식에게 버림받고

그 딸 자식을 뒤에서 애틋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답니다.

우리네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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