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년간 265명 재위… 교황청 재산만 100억~150억달러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오는 28일 퇴위한다. 교황의 자진퇴위는 598년 만이다. 보수주의자로 평가돼온 교황으로선 전통을 깨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교황은 지난 11일 “고령으로 인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퇴위이유를 밝혔고, 13일 바티칸에서 열린 ‘재의 수요일’ 미사에서는 “이번 선택은 오로지 나의 자유 의지로 이뤄졌으며 교회를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베네딕토 16세 시대가 저물고 새 교황 탄생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로마 가톨릭을 이끄는 정신적인 지도자이자 바티칸의 최고지도자인 교황에 대해 알아본다. 1. 교황은 누구 교황은 전세계 약 12억 명에 달하는 로마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미니국가 바티칸시국의 원수이며 이탈리아 수좌대주교 겸 로마 교구 교구장이다. 초대 교황 성 베드로에서부터 베네딕토 16세까지 총 265명의 교황이 재위했다. 국적별로는 이탈리아 출신이 210명으로 가장 많다. 평균 재위기간은 8년으로, 초대교황 베드로가 34년간 재위해 최장수 기록을 가지고 있고, 1590년 우르바누스 7세는 말라리아에 걸려 즉위한 지 불과 12일 만에 선종하기도 했다. 가장 인기있는 교황 명칭은 요한으로 총 23명의 교황이 선택했고, 그 다음으로 그레고리우스·베네딕토·클레멘스 등의 순이다. 베드로는 초대 교황만 사용할 수 있다.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가 2005년 4월 2일 선종한 후 같은 해 4월 19일 추기경비밀투표회의인 콘클라베(Conclave)에서 새 교황으로 선출된 후 4월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성당에서 즉위미사를 갖고 265대 교황으로 공식취임했다. 2. 교황은 종신직인가 로마가톨릭교회 법전 332조 2항에 따르면 “교황이 임무를 사퇴하려면 유효조건으로서 그 사퇴가 자유로이 이뤄지고 올바로 표시되어야 하지만 누구에게도 수리될 필요는 없다”고 돼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사퇴가 가능하나, ‘신의 대리자’로서 맡은 임무를 끝까지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관습적으로는 종신직으로 여겨져왔다. 2000여 년에 걸친 로마 가톨릭 역사상 드물기는 하지만 교황이 강제로 퇴위당하거나 스스로 퇴위한 전례가 있다. 심지어 교단의 혼란이 극심했던 기간에는 2명 또는 3명의 교황이 동시에 재임했던 때도 있었다. 기록상 처음 사임한 교황은 235년 폰티아누스로 알려져 있다. 1294년 첼레스티노 5세는 84세 고령으로 인한 건강악화와 직무의 과중함으로 인해 취임 5개월 만에 자진 퇴위해 수도원으로 돌아갔다. 1415년 그레고리우스 12세는 교회의 분열을 막기 위한 추기경들의 압력으로 사실상 강제퇴위됐다. 3. 베네딕토 16세 자진퇴위 왜 교황은 오는 4월 86세 생일을 맞는다. 2005년 즉위 당시에도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던 데다가 워낙 고령이어서 재임기간이 길지 않은 과도기적 교황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2일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이미 10년 전부터 심장박동조절기를 사용해왔으며 3개월 전에는 조절기 교체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교황은 2011년 이동식연단을 사용해 건강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교황 자신도 12일 퇴위발표 때 노령에 따른 건강문제로 교황으로서 의무를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교황 문서가 개인집사에 의해 외부로 유출되는 사건과 관련해 바티칸 내부의 권력투쟁설이 제기되면서 교황이 리더십을 상실했다는 비판 또한 높아졌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교황의 퇴위결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지만, 교황청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4. 로마가톨릭 신자 규모는 교황청 국무원 통계처가 발표한 ‘교회 통계 연감’에 따르면 2010년 12월 31일 현재 세례를 받은 가톨릭신자 수는 약 12억 명이다. 세계 총인구의 약 17.5%이다. 전년대비 1.2% 증가했으며, 5년 동안 7.2% 증가율을 보였다. 나라별로는 브라질이 약 1억6000만 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멕시코 약 9900만 명, 필리핀 7700만 명, 미국 약 7000만 명, 이탈리아 5755만 명 순이다. 대륙별 인구대비 신자비율은 아메리카 대륙이 63.2%로 가장 높았고, 유럽 39.9%, 오세아니아 26%, 아프리카 18.3% 순이다. 아시아는 3.1%로 가장 신자 비율이 낮다. 성직자는 약 45만7000명으로 주교 약 5100명, 사제 약 41만2300명, 종신 부제 약 4만 명, 수도자 약 77만6600명이다. 5. 한국 가톨릭 현황 18세기 후반 가톨릭교회가 세워진 뒤 박해를 받으며 성장한 한국 가톨릭은 2011년 말 현재 531만 명의 신자 수를 자랑한다. 이는 아시아에서 신자 수 7700만 명의 필리핀과 1900만 명의 인도, 740만 명의 인도네시아, 640만 명의 베트남에 이어 5번째로 큰 교세다. 이처럼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음에도 한국 가톨릭은 2005년에 이어 오는 3월 중순 열릴 예정인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 회의인 콘클라베에 참여하지 못한다. 가톨릭 교회법은 교황선출권을 ‘교황 서거(이번에는 사임) 전날까지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에게만 주는데, 한국의 정진석 추기경은 현재 만 82세로 선출권이 없다. 2005년에도 김수환 추기경은 83세로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 가톨릭 역사에서 추기경은 1969년 임명된 김수환 추기경과 이후 37년 만인 2006년 임명된 정진석 추기경 단 2명뿐이다. 그동안 ‘80세 미만 새 추기경’에 대한 한국 가톨릭계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임명되지 않아 이번에도 한국인은 교황선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6. 교황청 재산은 얼마나 교황청은 매년 7월 재정상황에 대한 자료를 발표한다. 지난해 7월 교황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회계연도에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 여파로 149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액수는 지난 10년 동안 교황청이 낸 적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교황청 재정상황은 전반적으로 악화됐지만, 2011년 가톨릭 신자들이 바티칸으로 직접 내는 헌금액은 697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00만 달러 늘었다. 교황청과 별도로 회계처리를 하는 바티칸시국은 박물관 입장 시간 연장 등의 이유로 방문객이 증가해 21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바티칸은 기부금, 임대·대출 수입, 우표와 동전 판매, 금융 거래 등을 통해 돈을 번다. 그러나 이것으로 교황청 소유의 재산 전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교황청은 막대한 부동산, 금융자산, 예술품과 수십 억 달러어치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재산은 100억∼150억 달러로 추정된다. 각종 수입에 대해서는 일체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2011년 8월 이탈리아의 좌파성향 신문 레스프레소는 교황청을 ‘이탈리아 최대 탈세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특히 교황청 은행은 불투명한 운영으로 악명높아 역내 금융기관들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경고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최근에는 신용카드 결제가 거부당해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7. 새 교황 선출은 어떻게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회의인 콘클라베는 ‘열쇠로 잠근다’란 의미이다. 역사상 가장 긴 콘클라베는 1268년으로, 무려 3년 동안이나 투표가 계속됐지만 번번이 교황 선출에 실패하자 참다못한 일반 신자들이 추기경단을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가뒀던 것이 ‘콘클라베’의 유래가 됐다는 설이 있다. 콘클라베라고 하는 말은 라틴어의 ‘쿰 클라비(cum clavi)’에서 유래한다. 교황서거(이번에는 사임) 후 15∼18일 내에 바티칸 내 시스티나 성당에서 개최되며 선거방법은 비밀투표이다. 요한 바오로 2세 때 규정을 바꿔서 12일이 지나도 합의가 안 될 경우, 재적 3분의 2가 아니라 과반이 되면 새 교황으로 인정하도록 했다가, 베네딕토 16세 때 다시 3분의 2 찬성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합의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다. 투표에는 80세 이하 추기경들만 참석한다. 이번에는 118명의 추기경들이 투표에 참여한다. 8. 비유럽권 교황 탄생할까 외신들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교세를 반영해, 이번에는 사상 최초로 비유럽권 교황이 탄생할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교황청과 교단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비유럽권 교황을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이유는 추기경단의 구성에 있다.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 118명 중 유럽인이 62명으로, 2005년 콘클라베 때보다 4명이 늘었다. 라틴아메리카는 19명, 북미 14명, 아프리카 11명, 아시아 11명, 오세아니아 1명 순이다.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직후부터 교황청 안팎에서 이번에는 이탈리아인이 교황에 선출돼야 한다는 바람이 강력했고, 지난해부터 베네딕토 16세의 조기퇴위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면서 다시 한번 ‘이탈리아 교황’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9. 교황 퇴위 이후 지위는 598년 만에 탄생된 전직 교황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를 놓고 교황청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베네딕토 16세는 28일 퇴위 후 당분간 교황의 여름 휴양지인 카스텔 간돌포에 머물다가 바티칸 내의 수도원에서 생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네딕토 16세의 교황 즉위 전 호칭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었다. 하지만 다시 추기경의 호칭으로 불릴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12일 ‘명예로마주교(Bishop emeritus of Rome)’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10. 새 교황의 과제 누가 새 교황이 되든 교회의 권위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급속한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베네딕토 16세도 보수주의 교리 신봉자이기는 해도 사제에 의한 성추행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성공회의 나라 영국과 이슬람 지역인 레바논을 방문하는 등 타종교와의 대화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일부 신도들 사이에서는 베네딕토 16세가 아동성추행 방지와 관련해 “약속은 많이 했는데 정작 실행한 것은 별로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고 여성사제, 콘돔, 에이즈, 동성결혼, 낙태 등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보수적이란 비판이 많았다. 따라서 이런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새 교황의 과제가 될 듯하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최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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