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백락佰樂(주나라 때 유명한 말 감정가)이 있어야 천리마가 있는 법이다.
천리마는 흔해도 백락은 드물다.
때문에 명마가 있을지라도 노예의 손아귀에서 굴욕을 당하며 쌍쌍이 마구간의 구유와 마팜에서 숨을 거둘 뿐,
끝내 천리마가 되질 못한다.
천 리를 달리는 말에겐 한 차례에 적어도 한 섬 가량의 곡식을 먹여야 한다.
그런데 말을 먹이는 사람이 그 말에게 천 리를 달리는 능력이 있음을 모르면,
그 말은 비록 천 리를 달리는 능력을 지녔을지라도 배불리 먹지 못한지라 시름시름하고,
재주를 지녔을지라도 발휘하지 못한채 평상마와 한 물에 방치되는데,
어찌 천릿길 달리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이는 채찍을 휘두를 뿐 말의 천성을 살리지 못하고,
먹이를 줘도 말의 양을 채워주지 못하고,
목청을 울려도 말의 생각을 알지 못한 채
채찍을 들고서 "세상에 천리마가 없노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 ! 세상에 정말 말이 없을까?
그것은 정말로 말을 모르기 때문이다.
허세욱 교수의 고전산문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중에서
'東西古今'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햋빛'과 '그림자' (0) | 2013.10.30 |
---|---|
말에도 향기가 있다 (0) | 2013.10.29 |
가을은 짧다 (0) | 2013.10.25 |
은행강도 사건 (0) | 2013.10.23 |
너희가 다수를 믿느냐? (0) | 2013.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