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만연한 시대다. 문제가 생기면 대표가 나서서 사과하는 것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고개만 숙인다고 사람들이 용서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필요한 것은 ’행동’이다. 위기를 수습하면서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더욱 커다란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도미노피자는 그 모범 사례 중 하나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세계 2위 피자 업체인 이 회사는 위기에 빠졌다. 한 가맹점 직원이 코안에 넣었다 뺀 치즈를 핫샌드위치 위에 올려놓는 역겨운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것이다. 이 영상을 이틀 만에 100만명이 봤다. 도미노피자는 사태 발생 44시간 만에 CEO가 직접 사과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100만명 정도가 시청했다.
도미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이 회사는 그해 말 오히려 매출이 0.5%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은 바로 그 뒤의 스토리다. 도미노피자의 패트릭 도일(51) CEO는 "경영자들은 대개 ’사과를 하고 고개를 숙이면 문제는 사라질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사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며 "사과를 한 다음에는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Do something)"고 말했다.
도미노는 2009년 유튜브 사태가 발생한 직후, 피자 제조에 관한 모든 것을 바꾼다는 취지로 ’피자 턴어라운드(Pizza Turnaround)’ 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곧바로 5월에는 대대적 고객 간담회를 벌였다. 비판이 쏟아졌다. "피자 크러스트(둘레의 빵 부분)에서 마분지를 씹는 맛이 난다"는 비판도 있었다. 도미노는 불만을 받아들이고, 품질 개선에 착수했다. 설립 이후 50년 동안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피자 소스를 포함해 모든 조리법을 바꿨다. 15가지 소스, 20여 가지 피자 치즈, 50여 종류의 피자 도우 반죽을 새로 개발했다. 그리고 셰프 두 명이 혹독한 비판을 했던 소비자들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피자를 나눠 줬다.
―당시 무엇을 배웠습니까?
"아주 적극적으로, 아주 빠르게 사과하고, 그다음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겁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고객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들어야 합니다. 수동적으로 들어서는 안 됩니다. 보통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이 마련됩니다. 그러나 그 해결책을 꾸준히 이어갈 때만 고객은 ’회사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도미노피자의 위기 극복 사례는 최근 본지가 소개한 ’위기관리의 세 가지 원칙’에 딱 들어맞는다.
즉 기업이 위기를 맞으면
①법정 밖의 법정, 즉 여론에서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②최대한 빠르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밝혀 오해의 여지를 최소화하고
③위기를 수습하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더욱 커다란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당시 패트릭 도일 북미 총괄 사장은 사태 발생 44시간 만에 사과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또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직원을 즉각 해고하고, 경찰과 연방 보건후생부에 고발했으며, 누구에게도 배달된 적이 없는 음식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후에는 피자 턴어라운드 프로젝트를 추진해 새로운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는 계기로 삼았다. 도미노는 소비자 간담회에서 나온 뼈아픈 질책을 제품 광고에도 그대로 옮겼다. ’맛없는 피자’라고 쓰여있는 소비자 댓글을 그대로 틀어주고, 고치겠다는 자막을 내보낸 것이다.
―그 사건이 도미노피자의 발전을 위해 전화위복 기회가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절대로 위기를 허비하지 말라(Don’t waste any crisis)’는 겁니다. 위기는 조직을 빠르게 바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기업이 순조로우면 무언가를 바꾸려고 해도 사람들이 잘 동조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훨씬 쉬워질 겁니다. 위기를 변화를 불러올 기회로 보세요. 좌절하지 말고 더 나은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여기면 됩니다."
윤형준 / 조선일보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