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서방 수도 생활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네딕토 성인은 480년 무렵 이탈리아의 중부 지방
누르시아에서 태어났다. 로마에서 학업을 마친 그는 수도 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동굴에
서 3년 동안 고행과 기도의 은수 생활을 하였다. 그의 성덕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모여들자 베네딕토는 마침내 수도원을 세웠다. 그는 서방에서 수도회 규칙서에 공동생
활의 규정을 제정하였다. 이 규칙서는 수도생활의 표준 규범서로 삼을 정도로 널리 활
용되고 있다. 베네딕토 아빠스는 547년 무렵 몬테카시노에서 선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64년 바오로 6세 교황은 그를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였다.
말씀의 초대
호세아 예언자는 이스라엘이 회개할 때 주님께서 드러내실 자비를 전해 준다. 그분의
분노는 풀리셨으며, 그들의 마음을 고쳐 주시고 사랑해 주실 것이다. 회개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때에는 주님에게서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사
도들을 파견하시며 그들에 대한 박해를 각오하라고 이르신다. 끌려갈 때 그들은 무엇
을 말해야 할지 알려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이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받을 것이다(복음).
제1독서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스라엘아,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와라. 너희는 죄악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너희
는 말씀을 받아들이고, 주님께 돌아와 아뢰어라.
'죄악은 모두 없애 주시고, 좋은 것은 받아 주십시오. 이제 저희는 황소가 아니라 저
희 입술을 바치렵니다. 아시리아는 저희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저희가 다시는 군마를
타지 않으렵니다. 저희 손으로 만든 것을 보고 다시는 '우리 하느님!'이라 말하지 않으
렵니다. 고아를 가엾이 여기시는 분은 당신뿐이십니다.'
그들에게 품었던 나의 분노가 풀렸으니, 이제 내가 반역만 꾀하는 그들의 마음을 고
쳐 주고, 기꺼이 그들을 사랑해 주리라.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이 되어 주리니, 이스
라엘은 나리꽃처럼 피어나고, 레바논처럼 뿌리를 뻗으리라. 이스라엘의 싹들이 돋아
나, 그 아름다움은 올리브 나무 같고, 그 향기는 레배논의 향기 같으리라.
그들은 다시 내 그늘에서 살고, 다시 곡식 농사를 지으리라. 그들은 포도나무처럼
무성하고, 레바논의 포도주처럼 명성을 떨치리라. 내가 응답해 주고 돌보아 주는데,
에프라임이 우상들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나는 싱싱한 방백나무 같으니, 너희는 나
에게서 열매를 얻으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이를 깨닫고, 분별 있는 사람은 이를 알아라. 주님의 길은 올곧아
서, 의인들은 그 길을 따라 걸어가고, 죄인들은 그 길에서 비틀거리리라."(호세 14,2-
10)
복음
그때에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
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
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
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
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
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
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어떤 고을에서 너희를 박해하거든 다른 고을로 피하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
한다. 너희가 이스라엘의 고을들을 다 돌기 전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마태 10,
16-23)
오늘의 묵상
피정을 위한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발길이 닿아 베네딕토회에 속한 수도원에 들른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유럽에서 공부할 때 특히 이러한 수도원 기행의 기회가 많았는
데, 지금도 그 시절에 입은 큰 복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경관, 거룩한 전례, 고요한 성당, 차분하고 여유 있게 맞아 주셨
던 문지기 수사님들, 그리고 산책과 기도의 단순한 일과 속에 지내면서 누렸던 몸과 마
음의 진정한 휴식이 기억납니다. 수도원의 엄숙한 전례에 참여하고 도서관이나 일터,
정원에 머물며 고풍스러운 수도원에서 오히려 새롭고 신선한 생각들을 얻을 수 있었습
니다.
그러한 수도원에 머물 때마다 비록 이국이라 할지라도 낯설음보다는 신앙의 고향에
온 것 같았습니다. 가톨릭 정신의 원류에 도달할 것 같은 감회를 베네딕토 수도회에서
느끼는 것은 괜한 감상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베네딕토 성인은 서방
교회의 수도 생활의 규범을 정하였을 뿐 아니라 교회의 정신적 기풍을 든든히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는 교회의 영역을 넘어 서구 사회의 정신문화의 근간을 세운 이로서 유럽 사회에
서 널리 존경받는 분이기도 합니다. 유럽이 고대 로마 사회에서 중세 그리스도교 사회
로 형성되는 변혁기의 한복판이던 6세기 무렵, 성인은 고대의 훌륭한 정신적 가치가
그리스도 신앙과 튼튼하게 결합될 수 있는 삶의 방식과 모범을 교회와 사회에 선사했
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을 생각하며 우리 교회의 오랜 과제인 신앙의 문화적 토착화에 대해
서도 성찰하게 됩니다. 참된 토착화는 성인의 모범처럼 그리스도교의 정신적 가치가
그 사회의 깊은 곳에서부터 다시 형성되도록 하는 데서 완성된다고 하겠습니다. 수도
원을 '하느님 사랑을 배우는 집'이라고 한 성인의 정신을 배우며, 한국 교회가 이 나라
에 그저 '덧붙여진' 존재가 아니라 복음 정신이 우리 사회와 문화의 근본정신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성찰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매일미사에서
옮겨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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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하느님,
복된 베네딕토 아빠스를 뛰어난 스승으로 세우시어,
하느님을 섬기라 가르치셨으니,
저희도 오로지 하느님만을 사랑하며,
열린 마음으로 자유로이 하느님의 계명을 따라 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7. 11.
Mart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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