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연중 제16주간 수요일)
말씀의 초대
예레미야는 주님께서 예언자의 소명을 내리셨을 때 아이라서 말할 줄 모른다고
거절한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에게 당신이 보내면 누구에게나 가야 하고, 당신이
명령하시는 것은 무엇이나 말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하신
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신다. 그가 씨를 뿌렸
는데, 어떤 것들은 새가 쪼아 먹고, 어떤 것들은 말라 죽었으며, 가시덤블에 떨어
진 씨는 숨 막혀 죽는다. 그러나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수십 배, 수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복음).
제1독서
벤야민 땅 아나톳에 살던 사제들 가운데 하나인 힐키야의 아들 예레미야의 말.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내렸다.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 태중
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너를 성별하였다. 민족들의 예언자로 내가 너를 세웠다."
내가 아뢰었다. "아, 주 하느님. 저는 아이라서 말할 줄 모릅니다." 주님께서 나에
게 말씀하셨다.
"'저는 아이입니다.' 하지 마라. 너는 내가 보내면 누구에게나 가야 하고, 내가 명
령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말해야 한다. 그들 앞에서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
께 있어 너를 구해 주리라. 주님의 말씀이다."
그러고 나서 주님께서는 당신 손을 내미시어 내 입에 대시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너의 입에 내 말을 담아 준다. 보라, 내가 오늘 민족들과 왕국들을 너에
게 맡기니, 뽑고 허물고 없애고 부수며, 세우고 심으려는 것이다."(예레 1,1.4-10)
복음
그날 예수님께서는 집에서 나와 호숫가에 앉으셨다. 그러자 많은 군중이 모여들
어, 예수님께서는 배에 올라앉으시고 군중은 물가에 그대로 서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비유로 말씀해 주셨다.
"자,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
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다.
어떤 것들은 훍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
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버렸
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마태 13,1-9)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고 말
씀하심니다. '좋은 땅'이라는 말에 머물면서 제가 말씀을 듣고, 읽고, 묵상하고 받
아들이는 자세를 잠시 묵상해 보았습니다. 문득 한 소설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목이
떠올라 조금 길게 옮겨 봅니다.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 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
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 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
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
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러기에 그에게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돋
보기가 틀니 다음으로 아끼는 물건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루리스 세풀베다,
『연애 소살 읽는 노인』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마존의 정글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위험한 자연과 자연
을 파괴하는 더 위험한 사람들 사이에서 분투하는 한 노인입니다. 문맹을 겨우 면한
처지지만 그는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
랑을 얘기하는 연애 소살이 있는 자신의 오두막'에서 위로와 함을 얻습니다.
이 대목을 다시 읽어 보면서 과연 저는 성경 말씀에서 처음 책의 세상을 경험할 때
느끼는 놀라움을 느끼는지, 유일한 힘과 위로의 원천이라고 믿는 간절함으로 말씀
을 대하는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매일미사에서 옮겨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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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하느님,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니,
저희를 굽어보시어,
저희가 주님의 자비를 깨닫고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섬기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7. 23
Mart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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