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례(그리스도 왕 대축일)
전례력으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다. 축일명
대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임금)이심을 기리는 날이다. 예
수님께서는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억누르는 임금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까
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는 메시아의 모습을 실현하셨다. 스스로 낮추심으로
써 높아지신 것이다. 1925년 비오 11세 교황이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
스도 왕 대축일'로 정하였다.
한국 천주 교회는 1985년부터 해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올해는 오늘부터
30일까지)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신자들이 일상생활 중에 성경을 더욱 가까
이하며 자주 읽고 묵상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등불이기 때문이다.
말씀의 초대
주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해 당신이 좋은 목자처럼 당신의 양 떼를
보살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하느님께서 몸소 양 떼를 먹이고, 누워 쉬게 하실 것
이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의 신자들에게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다고 강조하며 죽은 이들의 부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죽음
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듯이 부활도 한 사람, 곧 그리스도를 통해 온 것이다.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이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심판
에 관한 광경을 말씀하신다.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한 것이 당신에게 한 것이므로 그
에 따라 사람들을 심판하실 것이다(복음).
제1독서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 자기 가축이 흩어진 양 떼 가운데에
있을 때, 목자가 그 가축을 보살피듯, 나도 내 양 떼를 보살피겠다. 캄캄한 구름의
날에, 흩어진 그 모든 곳에서 내 양 떼를 구해 내겠다.
내가 몸소 내 양 떼를 먹이고, 내가 몸소 그들을 누워 쉬게 하겠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잃어버린 양은 찾아내고 흩어진 양은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 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 주겠다. 그러나 기름지고 힘센 양은 없애 버리겠다. 나는
이렇게 공정으로 양 떼를 먹이겠다.
너희 나의 양 떼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양과 양 사이, 숫양과
숫염소 사이의 시비를 가리겠다.(에제 34,11-12.15-17)
제2독서
형제 여러분,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 나셨습니다. 죽은 이
들의 맏물이 되셨습니다.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으므로 부활도 한 사람을 통
하여 온 것입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
그러나 각각 차례가 있습니다. 맏물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다음은 그리스도께
서 재림하실 때, 그분께 속한 이들입니다. 그러고는 종말입니다. 그때에 그리스도
께서는 모든 권세와 모든 권력과 권능을 파멸시키시고 나서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
께 넘겨 드리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원수를 그리스도의 발아래 잡아다 놓으실 때까지는 그리스도께
서 다스리셔야 합니다. 마직막으로 파멸되어야 하는 원수는 죽음입니다.
그러나 아드님께서도 모든 것이 당신께 굴복할 때에는, 당신께 모든 것을 굴복
시켜 주신 분께 굴복하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것입니다.(1코린 15,20-26.28)
복음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으로 모일 터인데,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 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
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
그때에 임금이 자기 오른쪽에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는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
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그러면 그 의인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언제 주님
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
렸습니까? 언제 주님께서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찾아가 뵈었습니까?'
그러면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
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그때에 임금은 왼쪽에 있는 자들에게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주 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 부하들을 위하여 준비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 너희
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이지 않았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
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병들었을 때와 감옥에 있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
다.'
그러면 그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시거나
목마르시거나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또 헐벗으시거나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
을 보고 시중들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그때에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않은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가고,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갈 것이다.(마태 25,31-46)
오늘의 묵상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맞아 자연스레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신앙인으로서 하느님 나라의 백성다운 생각과 행위를 했는지 반성
하게 됩니다. 그리스도를 왕으로 고백하는 이에게는 이 세상에서 복음과 어긋나는
세력이나 흐름을 만날 때 그것을 이겨 내려는 굳센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무
엇보다도 세속적 가치관을 정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될 때 가능합니다.
올해 초에 나온, 주교회의 의장이신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의 「기억하라,
연대하라」라는 책을 읽으며 우리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판단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 해의 끝을 바라보는 지금, 이 책의 내용 가운데 구약
의 성조사에 나오는 땅의 축복에 대한 참뜻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잠시 함께하는 인연이지 영구하고 절대적인 소유와 종속의
관계는 없다. 아브라함과 이사악, 야곱의 하느님께서 그들을 평생 나그네로 살도록
부르신 것은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복이 땅덩어리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하시려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그들을 땅에 대한 집착과 소
유욕을 초월한 자유로운 삶,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존하는 믿음의 삶으로 초대하신
것이 아니었을까?"
교회 역시 화려한 건물이나 외적 성장, 그리고 세속적 영향력을 앞세운다면 '땅'
으로 상징되는 경제적 이익과 힘 있고 기득권을 지닌 이들의 눈리에 기울게 될 것
입니다. 강 주교님의 성찰처럼 하느님께서 보여 주시는 '다른 세상'을 더 소중히 여
기고 갈망하는 교회야말로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는 교회임을 우리 모두 깊이 깨
달아야 하겠습니다.
"이스라엘은 몇 십 년씩 걸려서 건설한 거대한 예루살렘의 석조 성전보다 광야
의 보잘것없는 먼지투성이 천막 앞에 엎드렸을 때 훨씬 더 하느님을 전심전력으로
섬기고 예배하였다. 땅도, 거기에 사람이 손으로 지어 올린 건물도 우상이다. 하느
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복음은 인간의 손으로 새긴 우상과는 비교도 안 되게
훨씬 더 놀랍고도 숨 막히는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새 하늘과 새 땅이다."
(매일마시에서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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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아버지,
모든 이를 다스리는 유일한 임금이며 목자로 성자를 보내시어,
비탄의 역사 속에서도 사랑의 나라를 세우셨으니,
저희에게 확고한 믿음을 주시어,
성자께서 마지막 원수인 죽음을 물리치시고,
마침내 아버지께 그 나라를 넘겨 드리시는 날,
아버지께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심을 저희가 고백하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아멘!"
2014. 11. 23.
Martinus
대영광송 /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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